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중동을 중심으로 COTC(Crude Oil to Chemicals)를 확대하고 있다.
COTC는 사우디가 글로벌 탈탄소 정책에 따른 정제설비 신규 건설 제한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한 공법으로, 정제설비를 거치지 않고 원유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바로 생산할 수 있어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가 최종제품을 만들기 위해 나프타(Naphtha)를 별도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에 비해 공정 효율이 높다.
또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중이 40-60% 수준으로 기존 정유설비의 8-10% 대비 수율이 최대 7배 가량 높아 고유가 상황에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제품별 비중 유동적으로 조정해 수익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정유기업들도 원유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엑손모빌(ExxonMobil), 사이노펙(Sinopec) 등 일부는 COTC 공법을 도입해 현재 상업 가동하고 있다.
중국, COTC 통해 아시아 올레핀 “장악”
중국의 COTC 확대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력은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국은 통합설비 비중이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편이며 2022년 말 기준 통합설비를 통한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이 860만톤으로 국내 생산능력의 약 67.2%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19년 15%에서 2023년까지 23%까지 확대되며 매년 18%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CTO(Coal to Olefin), MTO(Methanol to Olefin) 등 석탄화학 생산능력을 광산 통합 위주로 확대하고 민간 COTC 설비를 늘리고 있으며 스팀 크래커 뿐만 아니라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도 증설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총 5개의 COTC 프로젝트를 상업화했으며 정제설비와 석유화학 설비를 하나의 메가 컴플렉스로 결합하며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COTC 플랜트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위당 고정비 감축으로 생산 코스트를 톤당 20%까지 줄일 수 있으며 다양한 생산 단위를 단일 복합 설비에 통합함으로써 유틸리티 및 운송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또한, 컴플렉스에서 다양한 폐기물‧부산물을 재활용해 고부가 석유화학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중국 다수 관련기업들이 COTC 공정을 도입함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NCC의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고 LPG(액화석유가스) 투입비중을 확대하거나 HD현대케미칼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GS칼텍스의 MFC(Mixed Feed Cracker)와 같이 잔사유 등 다양한 원료(Feedstock)를 활용하는 설비를 건설하는 등 COTC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도모하며 신증설을 주도함에도 아직까지는 생산능력이 크지 않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원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3년 6월 기준 1280만톤이나 HPC는 85만톤, MFC는 75만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에쓰오일이 2026년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관련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 세계 최초 TC2C 상용화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아람코(Saudi Aramco)와 함께 세계 최초로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석유화학 역대 최대규모인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 9조2580억원을 투자해 TC2C 공법을 도입하고 스팀 크래커 증설을 통해 에틸렌 58만톤, 프로필렌(Propylene) 77만톤 등 기초유분 180만톤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TC2C 생산능력은 4만6000배럴로 연간 220만톤의 원자재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팀 크래커에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최대 320만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PE(Polyethylene) 플랜트도 건설할 예정이다.
TC2C는 COTC 기술의 일종으로 아람코와 미국 러머스테크놀로지(Lummus Technology)가 공동 개발했으며 수율이 60-80% 수준으로 기존 공법 대비 35-65% 수율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3년 3월 착공해 2026년 6월 완공할 예정이며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원유 또는 수익성이 낮은 중유(Heavy Oil)를 활용해 스팀 크래커 원료인 나프타, LPG 등을 생산할 수 있고 원유를 스팀 크래커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과 중유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용하던 HYC(중질유 수소첨가 분해), VDU(감압증류: Vacuum Distillation Unit) 공정의 통합이 가능해 수율 개선 및 원가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앤씨 등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 2030년까지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2027년까지 배럴당 4.5달러의 추가적인 정제마진 개선을 달성할 계획이며 연간 약 1조4000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로 미래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2년 TC2C 기술 도입을 위해 아람코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저탄소 미래 에너지 생산 관련 연구개발, 벤처 투자 등 대체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앞으로 아람코와 탄소 포집, 수소 생산, 플래스틱 리사이클링, 탄소중립 연료인 이퓨얼(e-Fuel) 관련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에너지 신기술과 탈탄소 관련 사업 분야 국내 벤처기업에게 공동 투자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아람코와 마진 개선 “총력”
에쓰오일(대표 안와르 알 히즈아지)은 정제 마진 감소로 2023년 영업이익이 약 60% 급감했다.
에쓰오일은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이 35조7272억원으로 전년대비 15.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조4186억원으로 58.3% 급감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판매단가가 낮아지면서 매출이 감소했으며 대규모 정기보수와 정제마진 감소로 정유 부문 수익성 축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 개선 및 윤활기유 부문의 수익성 유지로 1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 사업 영업이익은 3991억원, 석유화학은 2037억원, 윤활기유는 8157억원이며 전체 순이익은 9982억원으로 15.8%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필요한 투자금 총 9조2580억원 중 29%인 2조6500억원을 외부 자금 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며 2023년 10월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해 1조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외부자금은 아람코 대여금과 2025년 이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탈탄소 정책에 따라 정제설비 신규 건설이 제한되고 있으나, COTC 기반의 NCC 증설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NCC에서 원재료를 매입하는 다운스트림 관련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용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2025년부터 사빅(Sabic)의 COTC 기술을 접목한 화학설비(300만톤)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증설규모가 다시 늘어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전 대표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선도적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할 것”이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람코 역시 COTC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COTC 40만배럴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신속한 인허가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샤힌 프로젝트 소방 전담팀(TF)을 구성해 소방 분야 인허가를 지원하는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건설 기간 동안 일일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3조원 이상의 지역 건설업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석유화학 고도화와 친환경화로 국제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의 적기 준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TF를 꾸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와 SK지오센트릭의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신속한 인허가 처리 등 애로 사항 해결을 지원할 방침이다.
샤힌공정, 저탄소 규제 확대 여파 “주의”
샤힌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최소 300만톤에서 최대 2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탄소 규제 확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석유화학제품군을 포함해 현재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의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산업은 원료와 최종제품이 모두 탄소 베이스이며 화석 원료인 원유로부터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화석 연료와 나프타, 올레핀 등의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사용해 연간 30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이후 탄소 배출량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기본설계 과정에서 최초 설계단계보다 탄소 배출량을 약 20% 이상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샤힌 공정 중 스팀크래커의 에너지 집약도 지수는 에틸렌 생산 시 톤당 3900kcal로 동일규모의 기존 혼합 스팀크래커(4300kcal)들에 비해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탁월하다”며 “TC2C 공정 역시 기존 원유 처리 설비를 획기적으로 축약해 에너지 소비를 대폭 절감했고, 라이선스 공정 설계 과정에서 에너지 강도 지수 1분위를 달성해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10월부터 공고를 통해 탈탄소 전문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정유기업 가세로 경쟁 심화…
석유화학산업은 정유기업들이 투자를 가속화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전기자동차(EV) 침투율 상승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침투율은 2022년 13.6%로 2019년 대비 3년만에 11.0%포인트 상승했다.
원유의 최종 수요처에서 운송이 차지한 비중은 2022년 58.4%에 달했으나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로 휘발유, 디젤 등 운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2027-2028년 정점에 달한 후 감소세로 전환하며 정유산업의 수요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용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화학제품 생산용 원유 수요 비중은 2022년 16.2%에서 2030년 30.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올레핀 가동률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 지속에 따라 원가 측면에서 열위를 보이고 있는 동북아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2023년 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80%를 하회하고 소규모‧노후 설비들의 생산 감축 및 폐쇄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IBK 투자증권에 따르면, 특히 일본은 2023년 에틸렌 생산능력 중 59%가 40년을 경과했으며 2025년에는 노후설비 비중이 6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