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작금의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의 원인이 중국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출을 고려해 신증설을 단행했기 때문에 전혀 잘못이 없고, 중국이 경기침체나 성장률 둔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공급과잉을 유발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이나 공급과잉이나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중국에 있지는 않다.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능력을 급격하게 확대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경기침체나 성장률 둔화까지 고려하면서 신증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은 사실이나 중국의 자급률 제고 정책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는 가운데 급증하는 산업 소재를 자체 조달함으로써 수입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중화학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중국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급격하게 신증설할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진행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오판이 오늘의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은 1980년을 전후로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발생하자 곧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해 통폐합을 통한 생산능력 감축에 들어갔고, 1990년대에는 한국이 석유화학 신증설을 본격화하자 일본 생산능력을 추가 감축하면서 중동․동남아시아 투자로 선회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이 고도성장을 장기화하자 일부 신증설을 통해 중국 수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용 화학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오늘날에는 일본산을 수입하지 않고서는 산업 생산이 마비될 지경이다.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일 때도 중국이 일본산 수입을 차단함으로써 심각한 타격을 입히려고 노력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손을 든 것도 일본산을 수입하지 않고서는 산업 생산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범용 위주로 신증설에 나서기보다는 생산능력을 서서히 줄이면서 동남아 투자로 선회하고 스페셜티 화학제품 위주로 생산구조를 전환했다면 오늘날과 같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완화를 통해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고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 기준을 장기 10년과 단기 3년에서 8월부터 과거 20개 분기와 최근 4개 분기를 추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석유화학 거래에서 장기 5년도 짧지만 단기 1년은 어떠한 현상도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일 뿐이다.
정부가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혜택, 정책금융 지원, 사업 재편 인센티브 제공, 관세 경감 등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공정거래법 완화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특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4년 합성수지 담합을 묵인한 전례가 있고 폐해가 어떠했는지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석유화학 공급과잉은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고 해결책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관여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