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의 신증설과 수출 확대로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석유화학에 그치지 않고 화학산업 전체가 중국의 지배 아래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로 고전하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기술 발전이 예상을 초월해 실제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
중국의 신증설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고전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나 이미 친환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바이오화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화학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증설을 통해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아시아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정부는 경쟁을 장려한 후 장래성이 있는 화학기업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육성하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은 정부의 역할이 크지 않아 자생하는 화학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성장하는 모델이 주류로 자리를 잡고 있으나, 산업 발전의 역사가 짧고 경쟁이 심하지 않아 시장을 선점한 화학기업이 대표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LG를 비롯해 현대, 삼성 등 재벌그룹의 형제나 인척들이 납품을 보장받으면서 기술 발전과는 상관없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초기에 시장 진입의 문턱이 낮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나 경쟁력이 낮으면 도태되고 살아남은 선도기업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희토류를 들 수 있다.
배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CATL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은 물론 LiB에 머무르지 않고 코스트가 낮은 차별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시장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반고체전지, 전고체전지를 상용화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토류는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이 중국 견제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최대일 뿐만 아니라 정제기술을 꾸준히 개발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화학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유도한 결과이지만, 중국 정부가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기업을 육성한 산업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표방한 정책의 결과이고, 관료 집단이 썩지 않고 국가적 충성도가 높은 결과로 해석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글로벌기업까지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으나, 중국 화학기업들은 신증설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환경 규제와 자유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학기업은 걸러내고 장래성이 있는 화학기업은 육성함으로써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가는 양상이다.
석유화학은 현재의 공급과잉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이 생사를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발 공급과잉을 탓하며 죽을상이나 스스로가 공급과잉을 유발한 책임은 방기한 채 정부 지원만 쳐다보는 행태는 결코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정부도 장기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펼침으로써 석유화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화학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