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대규모 도입을 발표하면서 40조원대 배터리 신시장이 열린다.
전기자동차(EV)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산업은 ESS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기대하는 동시에 압도적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공세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22일 540MW의 배터리 ESS 도입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요구되는 충·방전 시간은 최대 6시간으로 총 3240MWh 용량의 배터리 ESS가 필요하며 설비 투자비는 총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8.4% 수준에서 2038년 29.2%까지 높아진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121.9GW로 늘어나게 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반드시 전력망의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ESS가 필요하다.
ESS에는 배터리 활용 외에도 공기 압축, 위치 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규모 상업화에 성공한 아직 배터리 밖에 없으며, 현 시장가격 기준 6시간 충·방전이 가능한 20GW 출력의 배터리 ESS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약 4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성비를 앞세운 CATL을 위시한 중국기업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로모션(Roh Motion)에 따르면, 중국 ESS용 배터리는 전세계 ESS 용량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CATL 등 중국기업들은 합리적 가격과 낮은 화재 위험으로 배터리 ESS에 자주 채용되는 리튬인산철(LFP) 기술이 강점이다.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37.9%)인 CATL은 1월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전기자동차 및 ESS용 배터리 사업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안방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교한 정책 운영과 산업계의 치열한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국내 태양광 설비 대부분을 중국산 패널이 장악한 것처럼 ESS 산업도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가격 요소 외에도 국내 산업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 항목에 100점 만점 가운데 24점을 부여하는 등의 장치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 완제품 뿐만 아니라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인버터 등의 원산지와 조달 계획도 평가 대상에 포함하고 사용 기간 종료 후 폐배터리 재활용성에도 점수를 부여한다. LFP 배터리보다 가격은 높지만 재활용 가치가 높은 3원계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국내기업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