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이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 지원에 나섰으나 한화그룹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DL케미칼은 8월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의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고, DL그룹 지주사 DL도 이사회를 개최해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다만, 여천NCC의 자구책 마련과 관련해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협의를 거쳐 지원 여부 및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공동 설립한 석유화학 합작법인으로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국내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3위이나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 부진을 겪고 최근에는 여수 No.3 크래커 가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3100억원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7월 1500억원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한 한화와 달리 DL은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입장차를 드러냈고 8월11일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 이후에도 양 그룹이 연이은 입장문을 통해 상반된 입장을 밝혀 갈등이 드러났다.
DL은 입장문에서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TFT(태스크포스팀)를 통해 여천NCC의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하며 3월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씩 실행한 증자를 언급했다.
이어 “당시 여천NCC로부터 증자가 진행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으나 불과 3개월만에 상세한 설명 없이 양 주주에 1000억원 이상의 증자, 지급보증 또는 대여를 요청했다”는 설명과 함께 “거짓 또는 심각한 경영부실 어느 쪽이든 주주와 시장을 기만한 행위이며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일 뿐만 아니라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에틸렌 가격과 관련해 한화를 겨냥하고 “DL은 여천NCC 원료가 갱신계약에 최소 변동비 부분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협상하고 있는 반면,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한화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 입장문은 “DL은 25년 동안 여천NCC를 통해 2조2000억원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하다 부도 위기를 일으켰다”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와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시가 계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DL이 반대해 원부원료 공급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천NCC가 연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에게 판매하는 에틸렌, C4RF1 등과 관련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 1000억원을 부과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시장가격보다 저가로 거래하며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여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L이 공급받는 생산제품에 대해 시장가격으로 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위험에도 부당한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면서 “한화는 저가공급으로 법인세가 추징된 가격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생각해 시가가 반영된 조건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