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PPWR 통해 리사이클 의무화
유럽은 플래스틱 협상에서 가장 강력하게 플래스틱 생산 제한 등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가 해양 환경을 포함해 플래스틱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문서(협약)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채택한 이후 초기에는 해양 유출 폐플래스틱 대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유럽은 플래스틱 해양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생산 제한 논의를 시작했고 결국 쟁점이 해양 플래스틱에서 폐플래스틱 전반, 플래스틱 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플래스틱은 20세기 들어 해양에 유출되기 시작했으나 100년 이상 논의되지 않다가 2015년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 사진이 공개되며 해양 폐플래스틱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2015년 독일에서 개최된 G7 슐로스 엘마우(Schloss Elmau) 서밋에서 플래스틱 문제가 처음으로 G7 공동성명에 포함됐고, 2016년에는 자원순환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엘렌 맥아더(Ellen MacArthur) 재단이 2050년까지 해양 폐플래스틱이 급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발표하며 플래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만, 엘렌 맥아더 재단의 산정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2025년 2월 발효한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식품을 중심으로 모든 분야의 포장재에 대해 리사이클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함유됐거나 리사이클 혹은 비료화가 불가능해 지속가능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포장재의 발매를 금지했으며, 7개 항목 중 1개가 플래스틱 포장에서 리사이클 소재 함유를 의무화한 것이어서 순수한 신규생산 소재는 2030년 이후 시장에서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은 이미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일정량의 리사이클 소재 함유를 요구하는 규제를 채택했으며, 전문가들은 리사이클이 폐기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유럽을 중심으로 폐기 소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플래스틱 생산 제한 “강력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래스틱 국제협약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INC-5.2에 앞서 국제사회에 플래스틱 국제협약 거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은 플래스틱 생산 목표나 플래스틱 첨가물·가공제품에 대한 금지·제한 등 비실용적인 포괄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각국에 관련 내용을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논의하고 있는 방식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모든 플래스틱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종이빨대 대신 플래스틱 빨대로 회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메릴랜드, 워싱턴, 메사추세츠, 뉴저지, 로드아일랜드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용기 및 포장재 리사이클을 촉진하는 법률이 계속 의회에 제출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의견은 석유화학산업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당사국들이 사정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일부 국가는 생산 금지를 택할 수 있으나 다른 국가는 수거·재활용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고메즈 파나마 협상단 대표가 “협약에 플래스틱 생산 문제를 포함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협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경제적인 자기파괴와 다름없다”고 지적하는 등 국제사회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 바이오‧리사이클 기술 사장 우려
일본은 INC 회의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정기국회에서 자원유효이용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플래스틱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수요기업에게 리사이클 소재 이용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을 통해서는 포장 간소화, 단일소재화 등 친환경 설계를 실시한 플래스틱을 우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플래스틱 관련기업 연합 CLOMA(Clean Ocean Material Alliance)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플래스틱 및 화학물질 규제가 실시되면 생산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바이오 플래스틱이나 CR(Chemical Recycle) 등 일본이 수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플래스틱 대책들이 힘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합의가 지연될수록 일부 국가에서 글로벌기업의 자체 규제가 난립하며 오히려 환경오염 및 보호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2024년 말 음료산업에서 코카콜라(Coca-Cola)가 친환경 목표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문제가 된 바 있다.
코카콜라는 당초 2030년까지 용기‧포장의 50%를 리사이클 소재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2024년 말 돌연 2035년까지 35-40%만 바꾸는 방향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전국청량음료연합회가 Bottle to Bottle 등 수평적 리사이클 방법을 중심으로 코카콜라와 동일하게 2030년까지 리사이클 소재 전환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만큼 일본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코카콜라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PET병, 리사이클 우등생이지만 과제 산적
일본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병의 수평 리사이클률이 현재 30% 후반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것이 30% 수준이고 50%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PET는 관련기업들이 자발적 규제를 실시하며 이른 시기부터 단일소재화가 이루어져 리사이클 분야의 우등생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가정에서 배출돼 지방자치단체가 회수한 PET병은 대부분 깨끗하다는 점에서 리사이클에 적합하나 길거리 자판기 옆 회수함에 버려진 더러운 PET병은 남은 음료가 있거나 캔이 함께 버려지는 사례가 많아 리사이클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수년 전부터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해 자판기 옆 회수함의 투입구가 아래를 향하도록 제작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에는 경제산업성이 주최하는 산관학 연계 서큘러 파트너스에 전국청량음료연합회 주도로 청량음료용 PET병 순환 워킹그룹이 신설돼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