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산업이 불황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석유화학 신증설에 박차를 가해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중국이 신증설을 자제했거나 미국의 견제를 부르지 않고 부동산 버블에 따라 경제가 침체하지 않았으면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을 목표로 한 신증설을 탓할 수는 없고, 중국 경제가 연평균 5-6%의 고성장을 끝내고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될 것을 예측한 전문가도 많지 않았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불황을 겪지 않았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블랙홀처럼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을 빨아들여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끝내고 저성장으로 전환됨으로써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화학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고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석유화학 신증설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으나 신증설 경쟁을 벌여 화를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렸음은 물론 코스트 경쟁력까지 개선함으로써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산이 주도하던 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오히려 석유·화학 코스트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제재로 석유 수출이 막혔던 이란산 및 베네주엘라산 원유를 저가에 구매했음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침범해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 막혔던 러시아산을 대량 수입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원유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시세에 비해 20% 안팎 낮게 수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유를 저가에 구매함으로써 원유에서 파생되는 나프타 코스트를 낮출 수 있었고 과잉 생산한 석유화학제품을 대량 수출할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영기업들이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경쟁력 강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는 에틸렌 생산능력이 7000만톤에 육박해 한국 생산능력 1200만톤의 6배 수준으로 확대했고 2030년에는 1억톤 안팎으로 한국의 10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동시에 최신 공정을 확대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증설을 통한 규모화, 자급률 제고, 원료 및 기술 경쟁력 향상을 동시에 추진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들도 이란의 공격으로 정유 및 석유화학 설비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나 에탄과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이 상당하고,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틈을 타 에탄 베이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은 자명하고, 인디아와 아세안 시장까지 침체됨으로써 수출 활로를 잃어가고 있다. 다만, 일본은 아세안 진출이 활발하고 고부가 소재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타당성이 결여된 석유화학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석유화학 코스트를 낮출 방안도 없어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