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니 멀지도 않은 1999-2000년 한국사회는 때아닌 억만장자 탄생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 적이 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IT를 필두로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증권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가세하면서 액면가 500원 주식이 30만-40만원에 거래돼 대주주들이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현재는 어떠한가? 벤처기업들은 2001년부터 자금줄이 말라 부도직전에 와 있고, 스스로 문을 닫거나 벤처대열에서 탈락한 벤처기업이 부지기수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떠올랐던 벤처기업들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하반기쯤에는 벤처기업이 무더기 도산하는 벤처대란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을 정도이다. 벤처기업 수는 2000년 말 1만1392개를 정점으로 2001년 말 1만182개로 줄었고, 2002년 7월말에는 9800-9900개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신용보증도 크게 줄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벤처기업에 대해 신용보증을 선 금액은 2002년 1-6월 1조2000억원(1137개)으로 2001년 1-6월의 1조7000억원(2214개)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왜 그러할까? IT경기가 위축되고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 벤처기업들이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IT 경기가 한풀 꺾이고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연코 2가지 요인만은 아닐 것이다. 화려하게 위장한 포장이 한풀 한풀 벗겨지면서 보잘것없는 속살이 한꺼풀 두꺼풀 드러나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중심에는 바로 산업자원부가 있다. 1998년 IMF 위기 당시 산자부가 입안하고 청와대가 강력하게 지원한 것이 바로 벤처정책이다. IMF에 따른 실업난을 타개하고, 재벌을 견제하며, 새로운 IT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정책이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 일거3득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평가됐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벤처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논란이 여기저기에서 번졌고, 정부가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제기됐었다. DJ정부 들어 산업정책 중 가장 큰 오류를 범한 것 중 하나가 8대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한답시고 추진한 Big Deal이고, 또다른 하나가 건설경기를 살린답시고 부동산 거품을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것이며, 다른 하나가 바로 벤처거품 조성이었을 것이다. 산자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한답시고 탕진한 국민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2-3년 동안 물 쓰듯 펑펑 낭비한 국고가 아마도 수조원에 달할 것이다. 콩고물인지 떡고물인지에 맛들여 검증절차도 없이 펑펑 퍼주기를 3년이 넘게 실시했지만, 벤처기업들이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한 오늘날 정책 입안 및 집행에서의 오류나 고의성으로 처벌받거나 사직한 고위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는 이제와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벤처지원 담당부서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 벤처정책팀을 아예 없애고 산업기술과에 편입시켰고, 민간인이 참여하는 각종 벤처지원위원회의 명칭에서도 벤처 이름을 빼버렸다고 하지 않은가.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8920사를 대상으로 혁신능력 평가를 실시해 부실판정이 내려진 1300여사에 대한 벤처확인을 8월부터 취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벤처확인이 취소되면 세제혜택, 병역특혜, 정책자금 우선지원, 자금대출 때 가산점 부과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벤처로서의 운명은 끝나게 된다. 바로 중앙정부 경제부처들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조직을 재편해야 하는 이유이다. 거품을 조성하고 콩고물 받아먹는 재미가 아니라 국가와 산업의 비전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경제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인 국고를 펑펑 낭비하면서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산업정책의 정도인양 거들먹거리는 꼴은 보기에도 사납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볼 수 있는 우물안 개구리의 정책으로는 국가산업의 비전을 생각할 수 없고, 거시경제정책의 기틀이 없는 미시경제정책으로는 벤처거품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다음 정부는 조각에 앞서 정부의 경제부처를 재편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산업비전을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2/8/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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