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재벌정책에 대해 재벌들의 대표집단인 전경련이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좥열린 세상 오늘좦에 출연해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보다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고, 상속세와 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대해서도 과세요건을 명확히 해야 하는 조세 법률주의에 위배돼 과세권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재벌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문제와 관련해서도 조직자체를 없애라 마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서는 인수합병, 외국기업과의 합작, 유상증자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여신한도 규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상속세·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제도 도입을 공약한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벌 구조조정본부나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재벌들의 대표집단이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절의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가 첫째 원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주장하기에 따라서는 선거공약과는 거리가 멀게 개조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자만이 자리잡을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에 충격을 주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고 대규모 공무원 인력감축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조직의 하드웨어는 필요한 부분만 건드리지 1997년처럼 감축목표를 정하고 대규모로 공무원 인력을 감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80-90%는 분명 행정조직을 선택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무사안일에 무책임이 기본이고, 정경유착을 뺨치는 행-경 유착이 정착돼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 뿐인가. DJ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통치권 누수에 정치권 줄대기는 어떠했는가? 그런데도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공무원이 다수 존재하고 잘 활용하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적당히 타협하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개혁의 대상을 안고 개혁의 대상으로 하여금 개혁을 추진하게 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를 담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DJ의 개혁이 실패한 것도 부정부패와 함께 개혁의 대상을 품에 안고 갔기 때문이다. DJ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과 인력감축을 강조해 왔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행정학회가 정부혁신위원회에 보고한 좥공공부문 개혁성과에 대한 연구용역좦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조직은 1998년2월 1차 조직개편에서 17부2처16청1외국으로 출발했으나 1999년5월 17부4처16청, 2001년1월 18부4처16청으로 2-3차 조직개편을 통해 여성부와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등이 신설되면서 좥작은 정부좦 기조가 흔들렸다. 또 2차 조직개편 당시 폐지했던 통일원과 재경원 부총리직을 3차 조직개편에서 재경부와 교육부의 부총리직으로 부활시켜 조직개편의 일관성을 상실했다. 정부 조직에 민간의 우수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했던 개방형 직위제는 전부처의 3급 국장 이상 132개 직위에 대해 실시됐으나 민간인 임용률은 13.6%인 16명에 그쳤고, 국가공무원도 16만1855명 중 1만7612명(10.9%)이 감축됐으나 별정직을 포함하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도 당초 목표로 했던 11개 중 국정교과서와 종합기술금융, 대한송유관, 포철, 한국중공업, 한국종합화학,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8개가 완료됐으나 지역난방, 가스 등 2개는 민영화작업을 차기 정부로 넘기게 됐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주위에서는 새로운 행정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실제 인력체계가 어긋나는 점이 많기 때문에 부처의 직무와 조직에 대한 진단을 실시하거나 이미 실시된 진단을 참고해서 추가로 인력이 필요한 부분은 늘리고, 필요없는 부분은 줄이는 등 기능적인 면에서 행정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정부조직을 최대한 가동하면서 중복이나 마찰 등 비효율적 부분이 있는지를 충분히 파악하고 두번 세번 검토해 필요하면 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 뜻은 좋으나 DJ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대통령선거 공약을 통해 민-관 합동으로 좥정부조직진단위원회좦를 설치하고 정부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력의 부패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조직 개편에서는 재정경제부의 금융업무와 기획예산처의 예산업무를 통합해 재무부로, 재정경제부의 경제기획 기능과 산업자원부의 산업육성 기능,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의 의약 및 식품산업 업무, 과학기술부의 응용기술 기능을 통합해 경제산업부로, 교육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기초기술 부문을 통합해 교육과학부로, 환경부와 산자부의 에너지 업무, 농림부의 산림업무를 통합해 환경자원부로, 농림부의 농정업무와 해양수산부를 통합해 농수산부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업무와 노동부, 여성부를 통합해 사회복지부로,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를 통합해 행정부로 개편하고, 법제처 및 통계청은 국무총리실 법제실 및 통계실로 축소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청은 폐지해 경제산업부로 통합하고, 해양경찰청은 경찰청으로 통합하며, 농촌진흥청은 산하 연구원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철도청도 공사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하거나 중복이 심한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여성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 법제처, 국정홍보처를 완전 폐지해 12부15청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무위원의 수가 크게 줄어들어 대통령이 국정통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고 대통령 주변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다. 30개에 가까운 부처를 거느리면서 국정을 한눈에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이 아니라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나친 신중함과 타협은 개혁의 실패를 담보하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3/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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