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생산기업들이 2017년 들어 영업실적이 악화됐다고 아우성이다.
천연고무 국제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올랐고 합성고무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타디엔은 3배로 껑충 뛰었으나 타이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것처럼 이해된다. 원료가격이 2-3배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생각해서 타이어 가격을 올리지 못했으니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어 3사의 주장은 거의 뻥 수준에 가깝다.
천연고무 국제가격은 톤당 2000-3000달러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연고무는 타이, 말레이지아 등 주산지의 작황에 따라 변화하나 2-3년 전까지 2200-2400달러 수준에서 등락했고 2015-2016년에는 생산량 확대에 수요 부진으로 공급과잉이 극심해짐에 따라 1100-130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으며 2017년 들어서도 약세를 지속했으나 최근 재고가 줄어들면서 2000달러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연고무와 함께 타이어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합성고무 가격은 초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합성고무 SBR은 일반적으로 2000달러대 후반에서 3000달러대 초반을 형성했으나 최근 2-3년 동안에는 1000달러대 초중반에 머물렀고 2017년 들어서도 1200-13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다만, 7월부터 부타디엔 가격이 크게 상승한 영향으로 140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으나 아직도 적자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타이어 생산기업들은 그동안 천연고무, 합성고무 약세에 따라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타이어 가격은 인하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봉으로 전락시킨 바 있다.
한국타이어 매출이 2016년 2/4분기 1조7274억원에서 2017년 2/4분기 1조6668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나 영업이익이 3103억원에서 2037억원으로 감소한 것 모두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타이어 구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원료가격이 폭등해 발생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천연고무 가격이 2016년 톤당 1200달러 안팎에서 최근 2100달러 수준으로 폭등한 영향은 없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합성고무가 장기간에 걸쳐 약세를 지속했기 때문에 원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타이어 생산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1대1 비율로 첨가하며 국제시세에 따라 첨가비율을 약간씩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 생산기업들이 경제지를 통해 천연고무나 부타디엔 가격 폭등으로 수익이 악화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면 타이어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천연고무나 합성고무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할 때는 타이어 가격을 인하하지 않더니 천연고무 가격이 정상에 가까워오자 가격인상에 나서겠다는 것은 무슨 어거지인가?
특히, 한국타이어는 2016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면 그만이지 무엇이 그리 모자라 타이어 가격인상을 들먹이는 것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아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옛날의 재벌 봐주기 위원회가 아니라는 점 똑똑히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