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등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에틸렌이 1200달러대 초반에서 주춤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BTX를 제외한 대부분이 연일 폭등하고 있다. 약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되던 프로필렌마저 800달러 중반에서 900달러 중반으로 폭등했고 에틸렌의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주춤하던 PE도 30-50달러 올랐다.
왜 그러할까?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미국 텍사스 및 루이지애나를 강타해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설비들이 큰 피해를 입어 유럽 및 중남미 수출이 제한됨으로써 아시아 수출 물량이 유럽과 중남미로 돌아서 아시아 수급 타이트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일정부분 일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3000만톤에 달하는 석유화학 대국이고 석유화학 설비의 50% 정도가 텍사스 및 루이지애나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허리케인 피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설비의 피해가 예상보다 그리 크지 않고 가동을 중단했던 플랜트들이 1주일이 지나면서 재가동에 들어갔거나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석유화학 현물시세를 폭등시키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53달러대 후반으로 허리케인 피해를 입기 이전에 비해 1달러 정도 상승에 그쳤다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석유채굴 및 석유정제 설비가 큰 피해를 입는다면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어섬은 물론 70달러도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비가 대단한 태풍이었음은 분명하나 정유 및 석유화학기업들이 철저히 대비한 결과 피해를 최소화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로 ExxonMobil이 2개의 PE 플랜트를 재가동했고 Formosa Plastics 역시 스팀 크래커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린다. 아마도 9월 중순에는 대부분이 재가동에 들어가고 9월 말에는 유럽 및 중남미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허리케인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원료 생산설비에서 다운스트림까지 모든 부문이 가동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부 잉여물량을 제외하고서는 국제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상들이나 일부 메이저들은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하기 위해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고 있으나 침소봉대의 성격이 강하고, 오히려 벤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석유화학제품은 미국 수출이 봉쇄됨으로써 공급과잉 해소가 어려워 하락세 전환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Sinopec을 중심으로 한 중국기업들의 행태로, 미국의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가격을 연일 대폭 올리는데 혈안이 되고 있으며 부타디엔은 1주일에 2번씩 올리는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내수가격을 올리면 아시아 현물시세에 곧바로 반영돼 중국의 수입가격이 올라감으로써 중국기업들의 코스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초 제약 및 정밀화학 원료를 비롯해 플래스틱 가공제품 생산이 제한돼 폴리머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최근 폴리머 수입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중국산은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은 영업부진을 단번에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요 부진의 책임을 다운스트림에 전가시키는 비도덕적 악덕행위가 아닐 수 없다. 중국 경제가 겉으로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골병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중국 화학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최대 메이저 Sinopec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17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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