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시장은 앞으로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M&A(인수합병)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화학시장은 2006년부터 M&A 건수가 연평균 10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다소 축소됐으나 2012년 규모화 열풍이 불면서 인수 건수 및 금액 모두 증가세로 전환됐다.
2015년에는 Merck가 Sigma-Aldrich 인수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영향으로 글로벌 화학 M&A 총액이 4년만에 1000억달러를 초과했다.
2016년에는 약 700억달러로 추산되는 최대급 M&A 안건인 Dow Chemical과 DuPont의 통합, 400억달러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는 ChemChina의 Syngenta 인수 등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기업, 액티비스트 영향력 확대…
A.T. Kearney가 2005-2015년 실시된 화학 M&A를 정리한 결과, 글로벌 화학 M&A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보다는 자국사업 통합, 포트폴리오 재정비 목적으로 실시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인수액 기준 상위 10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대부분이 미국 혹은 선진국기업이었으며 스페셜티 케미칼의 라인업을 확대해 고수익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인수가 많았다.
서유럽에서는 주주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수를 요구한 사례가 많았고, 미국에서는 액티비스트(Activist)들의 영향에 따른 인수가 활발했다.
액티비스트는 수익성 개선 등을 목적으로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투자자들로 DowDuPont 통합 역시 초기에는 양사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난항을 겪었으나 액티비스트들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실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화학 M&A 시장은 스페셜티 케미칼 확대를 위한 안건이 줄어든 대신 포트폴리오 재정비, 규모화를 위한 코스트 개선 목적의 인수합병이 다수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냈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으로 전환…
화학기업들은 수익성 향상, 기업가치 제고 등을 위해 M&A를 적극화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화학기업 상위 50사를 M&A 실시기업과 비실시기업으로 나누어 기업가치에 비해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M&A 실시기업이 비실시기업에 비해 39% 가량 높았다.
화학기업들은 투자자 등 스테이크홀더들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M&A를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파악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A.T. Kearney가 2015년 화학기업 관리직, 투자은행, 사모펀드(PE) 화학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화학 M&A가 앞으로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북미와 중국기업이 M&A를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미기업들이 스페셜티 케미칼에 주력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목적으로 M&A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중국기업들은 선진기술과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기업 인수를 적극화하고 있다.
A.T. Kearney는 재무적 요인, 투자자 요인, 거시경제적 요인, 전략적 요인 등 4개 관점에서 화학 M&A를 촉진 혹은 저해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전략적 요인으로 제시한 8개의 항목 가운데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목적으로 한 사업부문 매각」 70%,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대응」 69%, 「저렴한 원료 조달에 따른 미국기업의 부활」 68% 등 3개가 M&A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국제유가와 셰일가스(Shale Gas) 및 오일 가격은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미국기업은 양측으로부터 모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어느 쪽이 강세를 나타내든 M&A를 추진하는 것이 유리해 앞으로도 M&A를 적극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미국의 신흥국 진출」 64%, 「신흥국의 선진 기술 및 용도 확보」 58%도 M&A 촉진요인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신흥국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선진국 중심의 M&A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M&A 확대도 주목받고 있으나 중국이 외의 신흥국들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액티비스트가 M&A 성사 좌우
투자자 요인 중에서는 「액티비스트의 의견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68%로 가장 큰 촉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owDuPont 합병, Syngenta 매각 등에도 액티비스트의 의견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Monsanto 역시 영업부진이 심각해 액티비스트들이 Bayer로 통합을 제안했다.
다만, 액티비스트들의 의견이 반드시 화학기업의 기존 전략방향과 일치하지는 않고 대부분 훨씬 급진적일 때가 많아 마찰을 빚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액티비스트들은 주로 미국기업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아시아기업에게도 존재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화학기업들의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경제 변동성 확대」 촉진요인으로 판단한 응답자 45%, 저해요인으로 판단한 응답자 32%로 의견이 양분됐다.
화학기업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경영 안정화를 위해 M&A를 실시하는 대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 확대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 과감한 인수에 나서는 것 또한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응답자들은 앞으로 어떠한 목적의 M&A가 증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통합을 통한 스케일 메리트 확대」 74%, 「포트폴리오 확충」 62%, 「다운스트림 진출」 59% 순으로 답했다.
반면, 그동안 M&A의 주요 목적으로 주목받던 「사업 다각화」와 「업스트림 진출」은 각각 48%와 36%로 다소 낮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특히, 「업스트림 진출」은 24% 응답자가 앞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종합화학에서 탈피해 명확한 목표를…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종합화학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1995년과 2015년 매출 기준 화학기업 상위 10사의 속성을 분석한 결과, 1995년 상위 10사는 모두 종합화학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며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했으나 2015년 상위 10사는 BASF, Dow Chemical, DuPont, Mitsubishi Chemical, Bayer 5사 외에는 종합화학형이 없었다.
또 Dow Chemical과 DuPont은 통합 이후 농업, 소재과학, 특수화학 등 3사로 분할해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어서 종합화학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ayer은 2005년 엘라스토머(Elastomer) 관련 사업을 랑세스(Lanxess)로 분리했고 2015년에는 PC(Polycarbonate) 사업을 Covestro로 분리해 사업의 주축을 석유화학에서 생명과학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BASF는 종합화학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2011년 PS(Polystyrene) 사업을 Ineos와의 합작기업으로 이관한 후 2016년 공업용 페인트 생산기업 AkzoNobel에게 매각하는 등 대담한 포트폴리오 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들은 수익성을 향상시키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M&A를 실시하고 있다.
원료 조달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 중국 Sinopec, Sabic, ExxonMobil은 물론이고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주력하던 Lyondellbasell, Ineos 등도 M&A를 통해 인수기업의 점유율을 나누어 갖는 형태로 매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충 및 다운스트림 진출은 스페셜티 케미칼 분야의 M&A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페셜티 케미칼은 범용제품과 달리 수요처의 니즈를 신속하게 상업화하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및 영업·마케팅, 인력 관리 등 간접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수요처에 대한 원스톱 대응능력 강화, 다양한 수요처의 니즈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능력 확대 등을 위해 M&A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기업, 종합화학형 모델 선호
국내 화학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종합화학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으며 규모화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바탕으로 한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로는 다변화하는 경제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워 새로운 변혁을 추구해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시아기업 중에 급진적인 변혁을 실시해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점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변화하는 시장에서 가능한 사업,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 하고 싶은 사업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이 절실해지고 있다.<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화학사업 M&A 변화(2005-2015), M&A 촉진·저해요인, 10대 화학사업 M&A(2015), 10대 화학사업 M&A(2016), 화학메이저의 양상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