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화학 시장은 글로벌기업의 투자가 집중됨에 따라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23년까지 행정 서비스를 대부분 디지털화할 방침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미 외국인 노동비자 연장, 세금 납부 등은 온라인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주택이나 자동차 매매 등도 온라인 수속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 본섬의 북동부에 위치한 Puggol에는 2023년까지 거주구역, 상업시설, 대학 및 연구기관, 오피스빌딩으로 구성되는 디지털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단지 내부는 도시형 MRT(Mass Rapid Transit)로 연결하고 사이버보안, 지역냉방, 자원순환 등 선진 시스템을 완비해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싱가폴은 엔지니어링기업, 시스템 공급기업 등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와 제조업을 비롯한 사용자가 폭넓은 생태계 피라미드를 구축하며 디지털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화에 산업시스템 개선 활발
화학산업은 디지털화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Sumitomo Chemical(SCC)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최적화를 목적으로 IoT(사물인터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싱가폴에 중점을 두고 MMA(Methyl Methacrylate) 생산설비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화 투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MMA 설비 운용 시스템 및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SCC Asia의 기간업무 시스템과의 연계,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관리는 사용량이 많은 증기 이용을 최적화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관련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운용비용을 감축함과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 정부는 신기술·신제품 연구개발 및 제조현장이 긴밀하게 이어져 사업모델을 쉽게 혁신할 수 있는 수직통합형 산업 시스템 구축을 중시하고 있다.
2017년 가을부터 싱가폴에서 윤활유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쉘(Shell)은 선박에 탑재한 센서로 윤활유 소비량을 상시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해운기업 등 수요처가 적시에 적량을 보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료 보급의 요충지인 싱가폴에서 선박용 윤활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구조불황으로 현금흐름 창출에 고전하고 있는 해운기업을 대상으로 토탈코스트를 감축할 수 있는 강점을 강조하며 제안을 강화하고 있다.
신젠타(Syngenta)는 2018년 봄 미국, 영국, 인디아에 이어 싱가폴에 디지털 이노베이션 연구소를 개설했다.
동남아시아의 특성에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농업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농가의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는 소비재 메이저 유니레버(Unilever)가 거래처 및 스타트업기업과 관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개설한 시설에 소재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싱가폴에 진출하는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사무공간 및 회의실을 제공함과 동시에 각종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시설은 원료 공급기업부터 판매대리점, 시스템 개발기업까지 다양한 업종과 활발한 논의를 나눔으로써 발생하는 지식을 흡수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조직의 틀을 뛰어넘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엑손모빌, 다운스트림 투자 확대
엑손모빌(ExxonMobil)은 2018년 5월 주롱(Jurong) 소재 석유화학 컴플렉스에서 종이기저귀용 접착제에 사용하는 수첨 석유수지, 튜브리스(Tubeless) 타이어의 기밀성을 향상시키는 부품 등에 사용하는 HBR(High-cis Polybutadiene Rubber)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능력은 수첨 석유수지가 9만톤으로 세계 최대이며 HBR은 14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른바 슈퍼 메이저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는 엑손모빌은 최근 싱가폴에 진출한 화학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화학사업 투자액은 2017년 약 38억달러로 전년대비 70% 폭증했다.
싱가폴에서 석유제품 및 P-X(Para-Xylene)를 비롯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Jurong Aromatics(JAC)를 인수했기 때문으로, 엑손모빌은 JAC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각지에 구축하고 있는 생산거점 가운데 싱가폴 생산능력이 최대로 확대됐다.
엑손모빌은 이르면 2030년대 중반 이후 가솔린(Gasoline)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해 주롱 소재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화학제품 정제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4년에는 원유를 분해해 에틸렌(Ethylene) 등 기초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실용화했다.
해당기술은 서아프리카 연안에 위치한 유전에서 발생하는 초경질원유를 투입할 필요가 있어 원료 조달 유연성은 떨어지나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Naphtha)를 얻는 프로세스를 생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수첨 석유수지 및 HBR 사업화도 컴플렉스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완공시기 및 생산능력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새롭게 부타디엔(Butadiene) 추출설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분해로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주롱에서는 고기능성 포장소재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메탈로센(Mettalocene) 촉매 C6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생산을 계속할 방침이다.
엑손모빌은 2017년 셰일(Shale) 혁명의 영향으로 코스트 경쟁력이 향상된 미국에 해당 LLDPE 생산을 집약하고 나프타 조달이 용이한 싱가폴 플랜트는 범용제품인 C4 LLDPE용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싱가폴이 메탈로센 C6 LLDPE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에 따라 2가지를 모두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탄소세 대응방안 마련 시급
싱가폴 화학산업은 2020년 탄소세가 도입됨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2만5000톤 이상인 공장에 대한 과세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유틸리티 및 전력가격이 상승하는 등 간접적인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2017년 가을 탄소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열병합설비를 가동해 자가발전능력을 440MW로 20% 확대함으로써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설비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증기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만5000톤 이상인 공장에 부과된다.
싱가폴 정부는 에너지 절약성능 및 경쟁력을 기준으로 공장별로 다른 세율을 설정하는 벤치마크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세액을 일괄 적용하기로 결정했으며 2023년까지 톤당 5S달러로 고정하고 이후 재검토할 계획이다.
화학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욱 감축하기 위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가 싱가폴 정부에 벤치마크 방식 도입을 요청했으나 에틸렌 설비 외에는 생산설비의 에너지 절약성능 및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지표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에 진출한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탄소세 부과에 대응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엑손모빌, SCC를 필두로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