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라는 열차가 달려가고 있는 종착역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다른 궤도로 바꿔 타야 할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도 기존 사업의 관성으로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4년 전 삼성전자 부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박광기 씨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신규사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력사업은 이미 성장의 변곡점에 들어서 꼭짓점에 도달함으로써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 분명한데도 제2의 반도체나 제3의 스마트폰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육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화학사업의 뿌리가 약한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글로벌 CMO 시장의 톱으로 부상한 것을 고려하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듯싶다. 맞는지 모르지만 이미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뿌리가 약하다고 지적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며 앞으로도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 한계일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데서 출발해 강성 노조가 자동차 공장을 지배하기까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하나둘이 아니며, 젊은 세대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외제 자동차를 선호하는 현상까지 더해짐으로써 국내 자동차산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2018년에는 수입 자동차 판매량이 26만705대로 2017년 23만3088대이 비해 11.8% 증가했고 승용차는 점유율이 16.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7만798대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화재 사태를 겪은 BMW는 5만524대로 15.3% 감소했지만 2위를 지켰고 도요타도 렉서스를 중심으로 3위를 지켰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나 소나타, 아반테, 기아자동차의 K 시리즈를 고려하면 벤츠 E300 4MATIC(9141대), 렉서스 ES300h(8803대), 벤츠 E300(8726대), BMW 520d(7696대), 벤츠 E200(7195대) 모두 1만대를 밑돌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지만 5-10년 후를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선진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전기자동차를 넘어 자율주행 자동차로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해 수소전기자동차룰 개발하고도 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꿈이나 꿀 수 있을는지…
오직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LiB(리튬이온전지) 뿐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목을 매달고 진군의 나팔을 불고 있어 중국의 추격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지만 3대 소재를 일본산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과 함께 안심하고 있을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문제는 배터리를 제외하면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행하는 소재 연구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정부가 인프라 조성에 앞장서고 자동차, 화학, 대학, 벤처들이 합심해 새로운 주행환경에 맞는 특수 폴리머, 고무, 섬유, 코팅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테스트조차 힘들어 관련 연구기업들이 미국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과연 화학기업들은 배터리를 제외하면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에 맞는 화학소재 연구개발을 어느 정도 진척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