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을 타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국-중국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신증설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료 다양화도 적극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중국의 무역전쟁 향방,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 중동지역의 정세불안 등이 수급을 좌우할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이어 인디아가 아시아 성장 견인
중국은 2010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0.6%에 달한 이후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2015년 이후에도 6%대 중후반의 안정적인 성장성을 유지하며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도 대부분 중국을 중심으로 수립 및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해온 석탄화학 프로젝트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 베이스 에틸렌(Ethylene)의 가격 우위성이 대폭 약화되며 추진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아울러 석탄화학은 대기, 수질 등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NCC(Naphtha Cracking Center) 프로젝트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13차 5개년계획을 통해 NCC를 주요 7개 지역에 집약시킬 예정이라고 밝혔고 원료 다양화, 환경문제 대응, 에너지 순환 실현 관점에서 신규 스팀 크래커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이어 신흥 성장국가로 떠오른 인디아는 2016년 11월 실시한 고액지폐 폐지에 따른 혼란, GDP 통계 개정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성장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4년부터 3년 연속 7% 이상의 높은 GDP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석유화학 수요 역시 에틸렌 유도제품이 연평균 3.8%, 프로필렌(Propylene) 유도제품은 4.2% 증가하는 등 아시아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디아는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져 당분간 중동산을 중심으로 수입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 북미 셰일혁명 영향으로 직격탄
유럽 석유화학산업은 북미의 영향력 확대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유럽 경제는 저인플레, 고용·소득 회복을 통한 가계구매력 향상,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긴축재정 완화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치며 개인소비가 주도하면서 완만한 경기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동유럽 내수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비교적 안정된 거시경제 움직임,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통해 석유화학 유도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크래커들이 모두 높은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2018년에는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심각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 영국이 가솔린 등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EV)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중장기적으로 정유공장 폐쇄 및 합리화, 석유화학 크래커 존속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화학기업들은 사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재편을 통해 생존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은 장기적으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북미, 중동산 폴리머 유입의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2018년 이후 미국이 잇따라 대형 ECC(Ethane Cracking Center) 및 PE(Polyethylene) 플랜트를 완공하며 폴리머 뿐만 아니라 모노머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어 유럽 화학기업들은 의약품을 제외한 화학제품의 경쟁력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다만,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후 경제성장을 본격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동유럽 중심의 성장성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셰일혁명으로 세계시장 “좌우”
미국은 최근 수년 사이 경제가 회복된 상태이며 세계적인 금융완화와 겹치며 글로벌 동시호황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8년에는 완전고용 상태 창출, 다우지수 최고가 갱신 등 실물경제에서 수급 격차 축소 및 해소가 진행되며 경기순환적 상승국면이 강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이 세계경제 호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고립주의가 강화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함으로써 2018년 하반기부터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글로벌 경제 침체를 주도하는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셰일오일(Shale Oil) 생산을 확대하면서 국제유가를 브렌트유(Brent) 기준 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시키고 있고, 셰일 베이스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 상업가동에 나서면서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가격경쟁력이 우수하고 매장량이 풍부한 석유화학 원료나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셰일 베이스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셰일 베이스 ECC를 비롯한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는 2020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약 1000만톤 확대하고 PE도 600만-700만톤 상업 가동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어 2025-2026년에도 에틸렌 약 1000만톤을 추가 확대하고 이후에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발맞추어 추가 증설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석유화학 원료용 에탄(Ethane)과 LPG(액화석유가스)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원활치 않았으나 최근 출하설비 신증설을 통해 병목현상을 해소해가고 있다.
즉, 메탄올(Methanol)을 포함한 미국산 셰일 베이스 원료를 사용하는 석유화학 플랜트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인디아, 브라질, 중국 등에서도 확대됨으로써 글로벌 수급과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거래가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동, 범용 중심에서 고부가제품으로…
중동은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석유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석유 의존 탈피의 중심으로 다운스트림 영역 진출을 통한 내수 진작, 글로벌화, 고부가가치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지역은 앞으로도 풍부한 천연가스를 비축하고 있는 이란을 중심으로 석유 생산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미국의 경제제재 복원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외교적인 문제를 감안해 신증설이 계획대로 이루어질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동은 세계 석유화학제품 공급의 핵심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나아가 단순히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화를 본격화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은 과거에는 에틸렌 유도제품으로 범용제품인 PE, EG(Ethylene Glycol)를 주로 생산했으나 최근 고부가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에틸렌, 프로필렌 유도제품 뿐만 아니라 아로마틱(Aromatics) 생산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중동은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영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와 국영기업의 역외시장 진출, 글로벌화 등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 유럽·미국 제재 강화로…
CIS는 예상과는 다르게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7년 실질 GDP 성장률이 약 2.0%를 기록하며 연초 예상치였던 0.6%를 크게 상회하는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미국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2017년 성장도 2016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루블화의 달러당 환율이 강세를 나타낸 영향일 뿐 실질적으로 산업 생산이나 개인소비가 개선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2018년 중반부터는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루블화가 약세를 나타내 2019년에는 성장 둔화가 확실시되고 있다.
러시아는 1인당 화학제품, 특히 플래스틱 사용량이 선진국의 30% 수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원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럽,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범용화학제품 프로젝트를 다수 검토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 아시아 수출을 염두에 둔 석유화학 및 가스화학 컴플렉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가격 하락, 유럽·미국의 제재 영향으로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함으로써 프로젝트 대부분이 지연 혹은 중지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자원가격 상승세를 유도하고 제재 대상을 프로젝트에서 제외하는 등 대처에 나서고 있으며 2018년 Sibur의 ZapSibNeftekhim 프로젝트 추진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CIS 국가들도 최근 수년 동안 비료 및 범용 화학제품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입대체 진전 및 공급과잉물량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시아, 유럽 시장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역내 공급에 그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며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적극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표, 그래프: <에틸렌 제조코스트 비교,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 전망>
<화학저널 2019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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