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스마트사회 실현에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나 태양전지, LiB(리튬이온전지)가 보급됨과 동시에 발화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ESS(에너지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에서 2018년 5월 경북 경산을 시작으로 잇달아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가동을 멈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한 후 필요할 때 내보내는 설비로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재가 다발하면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배터리 생산기업 및 산업통상자원부가 안전성 확립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ESS, 2018년 5월부터 화재사고 21건
국내 ESS 시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글로벌 ESS 설치용량은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42.4MWh로 3위에 올랐다. 산업부가 집계한 2018년 상반기 ESS 설치량은 1.8GWh로 2017년 상반기 89MWh의 20배를 넘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경북 경산시, 7월21일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ESS 설비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ESS 공급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5월2일부터 2019년 1월22일까지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21건으로 매월 약 2회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SS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산업부는 2018년 8월 전국 1300개 사업장에 대한 안점 점검에 나섰고 2018년 말에는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의 가동중단을 요청했으며, 2019년 1월22일에는 민간사업장도 별도의 전용 건물에 설치되지 않았으면 원칙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투명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월3일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사고현장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21건의 사고를 유형화한 후 관련기업 의견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적 충격에 의한 구성품 또는 시스템 고장, 설계·운영상의 문제점, 결로나 먼지 등 열악한 운영환경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는 화재가 일어나면 전소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생산기업과 공급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시험·실증을 조속히 완료해 6월 초에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가동중단 설비 522개로 전체의 35%
ESS는 2019년 4월30일 기준 전국 설비 1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월에는 생산기업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2019년 4월30일까지 ESS 신규설치 발주가 사실상 1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이 1299억원으로 2018년 4분기에 비해 52.2% 격감했다고 발표했다.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ESS 수요가 부진한 점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설비 점검,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3% 급감했다. ESS 신규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영업실적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금여력이 별로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충격에 따른 기기 고장 가능성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전송하는 ESS 설비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는 1년이 넘도록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안전대책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ESS 화재가 급증하자 2018년 말 전국 사업장 1490곳 중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있는 설비의 가동중단을 권고했고 현재 522곳이 운영을 멈춘 상태이다.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ESS 화재 원인을 공식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말로 2017년 8월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훨씬 넘은 후이다.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지원센터로 지정됐다.
정부는 조사위원회 출범과 함께 화재 때 다수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다중이용시설 및 별도 건물로 분리되지 않은 공장용 ESS에 대해서는 가동중단을 권고했고 3월에는 한때 전국 ESS 사업장의 절반가량인 765곳이 가동을 중단했다.
김정훈 민·관 합동 원인조사위원장(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ESS는 화재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폭발해 그대로 전소되는 특징이 있다”며 “실증시험에서는 불꽃이 발생한 지 1분43초 만에 전소됐다”고 말했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옮겨붙을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2018년 말부터 60여차례 회의를 연 조사위원회는 전기 충격에 의한 기기 고장 가능성을 비중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총 76개 시험·실증 항목을 설계했고 53개 실험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설치기준·표준 개정에 KC 인증 도입
정부가 ESS 화재 원인 조사결과 및 생태계 육성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나 아직까지도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해 해결책 마련이 요원해지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ESS 화재사고 원인 규명 지연으로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생산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자 현재까지 진행해온 실증사업 등을 완료하고 6월경 사고원인 조사결과, ESS 안전 강화 및 생태계 육성방안을 정리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부 민관합동 ESS 화재조사위원회가 2019년 1월부터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4개월 가까이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신규수주가 2019년 들어 0건을 기록했고 기존 수주 사업도 무산되면서 관련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는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되는 특성이 있고 관계기업 및 투입제품이 많아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시험·실증 등을 조속히 완료해 6월 초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ESS 사업장에 대해 ESS 설치기준 개정, ESS KS표준 제정, ESS 구성품 KC인증 도입 등 생산과 설치 전반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설치기준은 해외의 실제 사례 등을 감안해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ESS 사업장에 대해서는 ESS 전문가, 구조물 및 소방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ESS 안전관리위원회(가칭)를 통해 특성에 따라 안전조치를 권고하고 재가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일본, 주택 태양전지 설치 재검토
일본은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매입제도(FIT: Feed In Tariff)의 영향으로 세계 유수의 태양전지 시장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FIT 가격이 하락하고 메가솔라에 적합한 토지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지붕을 중심으로 한 시장 개척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붕에 설치한 태양전지에서 발화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강판 없는 형태의 태양전지 시스템이 문제
일본 소비자안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주택용 태양전지 시스템 화재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기술기반기구(NITE)가 원인불명으로 판단한 72건 가운데 13건은 태양전지 모듈 또는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특히 강판 등이 없는 형태에서 발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듈을 지붕에 설치하는 시스템은 강판 등이 없는 형태, 가대를 설치한 형태, 불연소재를 설치 면에 이용한 강판 등 부설형 및 강판 등 부대형 총 4개 타입으로 분류되고 있다.
강판 등이 없는 형태는 뒷면에 강판이 없는 모듈을 방수시트 위에 설치하는 타입으로 백시트 수지에 금속박을 끼워 적층구조로 형성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판 등이 없는 형태는 설치건수가 총 10만7000건으로 주택용 태양전지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설치비율은 낮으나 피해가 막대한 주택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시급한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일본 소비자안전조사위원회는 우선 설치형태를 확인한 후 제조업자에게 응급점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2019년 2월부터 PSE 마크가 없는 LiB 탑재 모바일용 배터리 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PSE 마크는 국가의 안전기준 검사에 합격한 전기제품에 표시하는 것으로, 배터리는 전기용품안전법 규제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PSE 통과가 필수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파손된 것을 계속 사용하거나 고온에서 사용하면 PSE 마크가 붙은 배터리라도 발화할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