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석유화학 시장은 2018년 호황을 누렸으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내외부적으로 역풍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은 수입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생산제품을 대부분 수출함에 따라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산 저가제품 유입 영향 불가피…
타이완 석유화학 시장은 미국산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저가제품의 아시아 유입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PE(Polyethylene)는 최근 사우디 등 중동산 대신 미국산이 소량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영향이 한정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E 유입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태양전지용 EVA(Ethylene Vinyl Acetate)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DPE(Low- Density PE)와의 병산설비에서 EVA 생산비중을 높이고 있어 미국산 PE 유입에 따른 영향이 경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태양전지 시장은 일시적으로 과잉공급으로 침체가 불가피했으나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정책에 힘입어 2018년 회복세로 전환돼 봉지재용 EVA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타이완에서 EVA를 생산하는 Formosa Plastic Group(FPG)과 USI는 플랜트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도 타이완 석유화학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원래 중국으로 수출되던 미국산이 추가관세 부과에 따라 직접·간접적으로 아시아에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되던 일부 중국산도 추가관세의 영향으로 판로를 아시아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인디아, 아세안(ASEAN), 한국 등으로 수출되던 타이완산은 치열한 가격경쟁에 직면해 플랜트 가동률이 높아도 이익이 악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타이완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에틸렌(Ethylene) 400만-500만톤에 달하는 대규모 증설계획이 진행되고 있고 증설물량은 주로 PE, PP(Polypropylene) 생산에 투입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과 타이완은 원유를 활용해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가동할 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 수출하는 등 공통점이 많아 경쟁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타이완은 코스트 경쟁력이 높은 에탄(Ethane) 베이스 미국·중동산, 규모화로 수출경쟁력이 향상된 한국산 유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에틸렌 관련제품 생산조정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 변화로 산업경쟁력 악화 가능성
내부적으로는 타이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타이완 정부는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전폐하고 석탄화력 비중을 약 40%에서 30%로 감축함과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을 50%, 재생에너지를 20%로 확대해 친환경형 에너지 공급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전력 공급 불안정화, 전기요금 상승 등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PG는 타이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클린에너지 정책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일랴오(Mailiao)에서 가동하고 있는 출력 180만KWh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환경규제 대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설비는 FPG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정부는 대기오염을 경감하기 위해 LNG 화력발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전설비 교체, LNG 저장설비 등은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방대한 문제점이 있으며 가격이 높은 LNG를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전력 생산 코스트가 실질적으로 20-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일랴오에는 경쟁기업의 유도제품 생산설비도 다수 집적하고 있어 단순히 FPG 뿐만 아니라 타이완 석유화학산업 전체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FPG, 미국서 에탄 활용 프로젝트에 주력
타이완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400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10년간은 2대 정권에 걸친 환경규제에 따라 기초화학제품 등 업스트림에 대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사실상 모두 중단됐으며 국제적 위치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려워 글로벌 시장에서 관세에 대한 혜택을 얻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기업들은 해외에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FPG와 Chinese Petroleum(CPC)은 타이완에서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이미 미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FPG는 코스트가 낮은 에탄을 원료로 활용하는 신규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텍사스(Texas)와 루이지애나(Louisiana)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텍사스 프로젝트는 Formosa Plastics(FPC)과 난야플라스틱(Nanya Plastics), 루이지애나는 Formosa Petrochemical(FPCC)과 Formosa Chemicals & Fibre (FCFC)가 주도하고 있다.
소송대국인 미국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공멸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개별 프로젝트 투자기업을 분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9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텍사스 컴플렉스는 셰일혁명에 따라 미국에 신규 진입한 다른 해외기업과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FPG는 텍사스에서 장기간 PVC(Polyvinyl Chloride)를 생산하면서 이미 북미 판로를 확보하고 있어 증설물량은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에 우선 공급하고 다음으로 유럽, 마지막으로 아시아에 수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따라 미국산 PE에 부과되는 추가관세의 영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시아 수출은 원래부터 소량을 계획하고 있었다.
중국시장에는 타이완공장 생산제품을 공급하고 미국산을 타이완에 수출하는 등 타이완 생산기지를 활용한 스와프 공급으로 미국·중국 대립의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CPC, 유도제품 생산기업 유치 “고전”
CPC는 국영기업이라는 점이 해외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CPC는 말레이지아, 미국, 인디아, 인도네시아를 후보지로 다양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검토했으나 전혀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완 가오슝(Kaohsiung)에서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에 특화하고 있는 CPC는 자체적으로 유도제품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지 않아 해외에서 대규모 컴플렉스 건설을 추진할 때 기초원료를 소비하는 유도제품 생산기업 유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타이완 유도제품 생산기업들은 CPC 프로젝트 참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부계열인 CPC는 대규모 투자계획의 최종결정에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입법원 예산심사가 필요해 민간기업에 비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은 기회손실에 민감하기 때문에 CPC의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PC는 실제로 최근에도 여러 프로젝트를 백지화한 바 있다.
인디아 구자라트(Gujarat)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인디아 및 동남아시아를 중시하는 현재 정권의 신남향 정책에 따라 추진했으나 비용이 4000억T달러로 막대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낮고 타이완 유도제품 생산기업의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타이완에서는 일본 KH네오켐(KH Neochem)과 합작으로 INA(Isononyl Alcohol) 사업화를 추진했으나 특허 취득이 지연된 영향으로 백지화했다.
최근에도 인디아 다른 지역, 인도네시아에서 국영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와 계속 석유화학 컴플렉스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나 민간기업들은 CPC의 실행력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