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용 불화수소 국산화를 적극화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용 3개 화학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해 3개월이 지난 10월 초까지도 수출허가 건수가 총 7건에 불과한 실정이니 전자·자동차·배터리용 화학소재의 국산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블화수소는 반도체 세정·식각 공정에 필수적인 화학소재이나 일본의 수출허가가 3건에 불과했고 기체 불화수소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1건을 허가받는데 그쳐 국산화를 진행하지 않고 일본의 선의만을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불화수소는 2018년 수입액 1억5951만달러 중 일본산이 6686만달러로 42%에 달했으나, 고순도 불화수소는 2018년 7월 일본산 수입량이 479톤으로 6월에 비해 84% 격감했고 1-5월에도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제기 및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단순히 엄포를 놓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가할 목적이 확인된 것으로, 국내기업들이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찌할 수도 없고 또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일본 화학기업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의존해왔으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출을 규제하면서 타격을 노리고 있는 판국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액체 불화수소를 1건도 수입하지 못했으나 10월부터 일부 라인에 국산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도 고순도 불화수소 일부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액체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하고 조만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타이완·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정제한 불화수소를 반도체 생산라인에 시험적용 후 실제 투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솔브레인과 이엔에프는 일본산 불화수소 원료를 수입해 정제한 후 삼성전자에 납품했으나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자 타이완, 중국으로 수입처를 전환했다.
램테크놀러지 또한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재가공한 후 SK하이닉스에게 액체 불화수소를 납품하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불화수소 생산능력이 7000톤으로 SK하이닉스 수요의 절반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SK머티리얼즈도 반도체용 불화수소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2019년 말까지 샘플을 생산해 테스트를 진행한 후 2020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할 불화수소는 일본산과 동일한 99.999%의 고순도로 대체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다만, 화학소재 국산화 작업은 불화수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포토레지스트, 불소계 폴리이미드로 이어져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자·자동차·배터리·통신 등 미래 산업의 핵심소재 국산화로 확대해야 한다. 일본과의 협업관계를 더이상 계속하기 어렵고, 설혹 일본이 수출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에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수출규제에 나섰지만 실상은 일본 화학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스페셜티 화학소재는 수요처가 정해져 있어 용도를 전환하기 어렵고 수출허가가 언제 나올지 몰라 재고 및 물류 코스트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업자득의 결과로 아베 내각총리를 탓할 수밖에…
다만, 국내기업들도 국산화를 서두른 나머지 순도가 떨어져 최종제품 생산에서 불량률이 올라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일본산을 배격하는 것은 좋지만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사태로 나아가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