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화학기업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아니 앞으로 훨씬 더 요동칠 것이라는 사실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가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이 CATL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2021년 들어서는 CATL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엉뚱한 결과가 보도돼 배터리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중국을 포함해 발표하던 시장점유율을 왜 중국을 제외하고 발표한 것일까?
중국은 점유율 산정에 포함할 가치가 없어서?, 아니면 중국 시장은 무시할 만큼 존재 의미가 없어서? 그것도 아니면 중국을 포함하면 국내 3사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마도 CATL과 경쟁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분을 상하지 않기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이고, 중국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약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CATL을 중심으로 중국이 머지않아 국내 3사를 완전히 제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 1-4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36GWh로 103.7% 성장했고 LG에너지솔루션이 12.6GWh로 점유율 34.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라섰으며 국내 3사 점유율이 47.7%에서 52.9%로 상승했다는 발표에 잠시 기분은 들떴을 수 있으나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위를 독주하던 파나소닉은 점유율이 34.4%에서 27.1%로 하락해 2위로 밀려나고, CATL은 10.1%로 4위에 그쳤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파나소닉이 밀려나고 있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CATL이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중국을 포함해 산정한 후 중국을 포함하지 않은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국내 3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및 특허를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전개하고 있을 때 중국은 CATL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LG에너지솔루션 자체도 CATL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 시장의 존재 자체가 의미를 발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CATL, 파나소닉과 경쟁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물량 공세로 맞서기보다는 질적 성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전고체전지, 리튬메탈전지 둥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도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용 배터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국산화율을 대폭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이 기초 소재를 중심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지만 핵심 원료를 국산화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들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소재를 내재화해야 마진을 확보할 수 있고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마저 일본산에 이어 중국산에 의존하는 사태는 결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