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전기자동차(EV) 등에 사용되는 대용량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이현욱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영국 옥스퍼드대 마우로 파스타(Mauro Pasta) 교수팀과 함께 고용량 LiB(리튬이온 배터리)용 양극 소재를 합성하고 성능 향상 원리를 규명했다고 2월25일 발표했다.
LiB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하며, 양극은 층층이 쌓인 형태(층상구조)로 만들어 리튬을 저장하도록 설계한다.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박사가 1985년 제안한 방법이나, 에너지 용량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층상구조를 이루는 물질 자체의 부피 때문에 리튬이 들어갈 공간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튬을 양극물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에너지 용량을 키울 수는 있지만 배터리 수명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리튬과 양극물질이 결합할 때(방전)보다 분리될 때(충전) 들어가는 에너지가 훨씬 커 충·방전을 반복하면 전극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수명도 짧아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극 소재의 제조공정을 개선해 리튬과 양극물질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도 충·방전할 때 필요한 에너지 차이를 줄인 이플루오르화철(FeF2) 나노 막대 양극 소재를 합성했다. 콜로이드 합성법을 이용해 20㎚(1㎚는 10억분의 1m) 수준인 단결정 양극 소재를 만든 것으로, 리튬을 더 많이 저장하면서도 수명은 길다.
이현욱 교수팀은 새로운 양극 소재의 충·방전 과정을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분석해 성능 향상의 원리도 확인했다. 양극 소재의 표면에 철(Fe)과 리튬플로라이드(LiF)로 이루어진 얇은 2중층이 만들어져 충·방전 동안 양극 소재를 보호하는 현상을 포착한 것이다.
연구는 그동안 성능 향상이 어렵다고 알려진 화학결합 기반 양극 소재의 작동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이현욱 교수는 “차세대 고용량 양극 소재는 도전적인 과제여서 음극 소재와 비교해 연구가 미흡했다”면서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고용량 양극 소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만큼 앞으로 양극 소재에 관한 연구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2월24일자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