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재판을 방해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ITC는 3월22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조기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의 근거가 적시된
판결문을 공개하며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소송의 모든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판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LG화학의 소송 진행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이고 판사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에도 걸림돌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ITC는 조기패소 결정이 단순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판결문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4월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에 재직하고 있는 LG화학 출신 직원의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 제시됐다.
해당 엑셀 시트는 2019년 4월12일 작성됐으며 LG, L사, 경쟁기업 등 키워드가 포함돼 있는 LG화학 관련 삭제 파일 980개가 나열돼 있다.
이밖에 LG화학 출신 직원이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돼 있다.
판결문의 구체적인 증거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수년 전부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문서들을 삭제해왔고 전체 피해규모를 산정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3월3일 예비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만큼 4월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이면 10월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검토 신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사실이 인정돼 10월까지는 관련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리게 된다.
ITC 최종결정 이후 대통령 심의 기간 60일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다만, ITC는 2010-2018년 모든 영업비밀 침해 소송 사건에서 예비결정을 최종결정으로 유지한 바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제품도 10월부터 수입금지 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