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분체제품을 발암성으로 분류 … 일본 중심 산업계 반발
유럽이 TiO2(Titanium Dioxide: 이산화티타늄) 관련 규제를 강화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2월 유럽 화학물질 규제의 일종인 화학물질 분류‧표시‧포장(CLP) 규제에서 TiO2를 발암구분2(흡입)로 분류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유예기간 18개월이 설정돼 2021년 10월부터는 EU 전역에서 취급하는 TiO2와 배합제품의 유해성을 라벨이나 경고 표시 등으로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TiO2 분진을 과도하게 흡입했을 때 발생하는 유해성을 대상으로 한 규제이고 TiO2 자체가 발암성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모호한 기준으로 사용을 억제한다면 앞으로 다른 화학물질도 동일하게 규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럽 TiO2공업협회(TDMA)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는 유럽화학물질청(ECHA)과 리스크평가위원회(RAC)가 필요한 행정 프로세스를 거쳐 CLP 규제에서 TiO2의 분류를 분체로 한정했으며 공기역학적으로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를 1% 이상 함유한 분말제품은 라벨 표시를 의무화했다.
액체 및 고형 혼합물에는 유해성 라벨을 부착할 필요가 없으나 TiO2를 1% 이상 함유한 것은 특정 경고 등을 필수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EU에서만 시행되는 규제이지만 EU 이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도 TiO2 생산기업 등으로 구성된 산업단체인 일본 TiO2공업협회가 TDMA의 의견에 전면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EU가 탈탄소사회만을 목표로 산업계 의견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무시한 채 CLP 규제를 개정한 것은 정치적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TiO2의 발암성 GHS(화학제품 분류 및 표시와 관련된 세계 조화시스템) 구분에 대해서는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회의(ACGIH), 일본 산업위생학회 등 여러 기관이 분류를 공표하고 있으나 국제 암 연구기구(IARC)가 다른 기구보다 앞선 2006년 2월 인체에 대한 발암성이 의심되는 2B로 지정한 바 있다.
IARC는 TiO2를 2B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입방미터당 250mg 농도의 TiO2를 하루 6시간, 일주일에 5일 간격으로 2년 동안 흡입 및 노출시킨 결과 폐 편평상피에 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과잉흡입에 따른 2차적 요인일 뿐이고 다른 분체 화학물질로 동일한 실험을 실시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공개된 TiO2 역학 데이터에서도 암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IARC 실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화학제품 시험방법에 준거한 것이 아니었고 노동위생 전문가 등도 TiO2 노출 농도 상한치에 대해 100mg을 한계로 설정하고 있다.
즉, 실제 제조현장에서 노출될 수 있는 상한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실험을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U가 CLP 규정 개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기술적 장애(TBT) 협정에 통보하자 미국과 캐나다도 즉각 반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9년 9월 실시한 제2회 발암성 평가 워킹그룹 보고에서 rasH2 마우스를 사용해 TiO2 흡입에 따른 중기 암원성 시험을 실시한 결과 암수 모두 암원성을 증명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이 EU와 동일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TiO2는 투입되는 영역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를 마련함으로써 산업계에 미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