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면서 중국, 한국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화학 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유럽, 미국, 일본으로 가동중단이 확대되면서 자동차용 화학제품 수요가 얼어붙고 있다.
석유화학은 주로 외장재에 투입되는 PP, ABS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이어서 AN, 합성고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PP 및 AN의 원료로 사용되는 프로필렌, ABS의 원료인 부타디엔, SM, 벤젠 등으로 파급이 확산된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방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특정 석유화학제품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할 수 있음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파인케미칼도 페인트를 중심으로 접착제가 타격을 입고 있고, 자동차 내장재에 투입되는 합성섬유, 합성피혁도 수요 감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공장 가동중단은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고 앞으로 불어닥칠 자동차 시장 침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것은 분명하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가을부터 2021년 봄철까지 2차 사태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Bain)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가 2분기에 끝나도 2020년 자동차 수요가 17% 감소하고 자동차기업의 이익은 45%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분기 내내 봉쇄조치가 계속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의 불황이 불어닥쳐 자동차 수요가 29% 줄어들고 이익은 90% 격감하며, 봉쇄조치가 3분기를 넘어서면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직면해 자동차 판매가 40% 수준 축소되고 자동차기업들은 심각한 적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베인은 최악의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의 불황은 불가피해 202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예상치 9000만대보다 2600만대 줄어들어 64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V자 반등이 가능하나 독일, 프랑스는 U자형에 머물고 이태리, 영국, 미국은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동해 전기자동차 및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자동차 및 관련 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회오리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자동차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면서 M&A를 통한 거대화를 진행하고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감소 못지않게 납품단가로 옥죌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급밸런스가 무너져 현물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신기술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화학기업들이 대응하기에 역부족인 측면이 강하다. 미래를 예측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석유화학을 비롯해 화학산업의 핵심 수요처로 침체 장기화와 공급단가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CASE 등 신기술에 뒤처지지 않도록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