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4사는 2020년 1분기에 적자가 총 4조4000억원에 달했고 2분기에도 마이너스 1조7000원 수준으로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수출을 목표로 신증설을 적극화해 공급과잉이 극심해진 결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을 휩쓸면서 이동제한, 봉쇄령 등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4월 이후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있으나 인디아, 아세안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동제한을 100% 풀지 못하고 있고 산업생산도 원활치 않아 당분간은 고전을 면키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42-43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30달러대 약세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시되고 있으나 40달러대 행진을 계속한다면 OPEC+가 하루 970만배럴 감산을 연장하기 어렵고 미국도 셰일오일 생산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커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유4사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2020년은 물론 2021년에도 고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한국이 전기자동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석유제품 시장이 공급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유가 약세나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를 탓하기에는 사업환경이 지극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석유제품 생산능력 감축을 비롯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석유협회는 제23대 회장으로 정동채(71) 씨를 선임했다. 김효석 전임 회장이 5월 초 별세했으니 신임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당연하나 위기에 처한 정유4사의 구조조정을 이끌고 회생에 앞장서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정동채 신임 회장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15대, 16대, 17대 국회의원과 41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고 광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문재인 대통령 인디아·오스트레일리아 특사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 경력이 화려해 위기에 빠진 정유4사로서는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나 전임 회장들의 역할로 볼 때 결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임 회장들도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나 역시 자리를 보전하는데 그친 인상이 짙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치인을 회장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입장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엄중한 시기에 정치적 역할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9년 총 에너지 소비가 전년대비 1.3% 줄어들어 3억350만TOE(석유환산톤)에 그침으로써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고, 2020년에도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산업 및 서비스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수송용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나, 국내 에너지산업의 위기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과욕과 오류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유4사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히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특단의 구조조정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