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파인케미칼 및 스페셜티케미칼 메이저들이 고부가가치화를 적극 추구하면서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도 처음부터 파인·스페셜티 분야에 주력하며 출범하기보다는 생산량으로 승부하는 범용 석유화학제품으로 시작했으나 석유화학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함으로써 사업기반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범용제품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이 1980년대부터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면서 범용은 코스트가 낮거나 수요가 많은 중동·동남아시아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일본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강화한 반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서도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가격 변동 리스크가 큰 범용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인·스페셜티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이 중요하고 고부가가치를 부여하는 끊임 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해 장기적인 사업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페인트, 잉크, 접착제 분야에서 파인·스페셜티를 확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 사업과 결별 후 “선택과 집중”
다이셀(Daicel)은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해 현재의 셀룰로스(Cellulose), 유기합성, 합성수지, 화학제품 등 4개 사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1961년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해 AS(Acrylonitrile Styrene)를 상업화했고 이후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을 시작했다.
1964년에는 미국기업과 합작으로 폴리플라스틱스(Polyplastics)를 설립함으로써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에 진출했고, 1990년대에는 PS(Polystyrene) 사업에 참여하는 등 범용제품 분야 영향력 확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1999년 합작설립한 Toyo Styrene에게 PS 사업을 이관하고 AS·ABS 사업도 Daicel Polymer로 분사함으로써 사업구조를 재정비했다.
일본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오일쇼크를 계기로 고기능 화학제품 사업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80년 초산(Acetic Acid) 제조공법을 메탄올(Methanol) 공법으로 전환하며 석유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독자적인 공법을 통해 고기능성 화학제품 개발을 가속화했다.
닛산케미칼(Nissan Chemical)은 비료 사업 재정비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뒤늦게 진출했으며 1964년 에틸렌(Ethylene)을 생산하는 Maruzen Petrochemical에게 출자했고, 1965년에는 유도제품 생산기업인 Nissan Petrochemical을 설립했다.
이후 고급 알코올을 통해 합성세제 원료 사업에 진출하고 순차적으로 VCM(Vinyl Chloride Monomer), 중압공법 PE(Polyethylene), PVC(Polyvinyl Chloride) 생산을 시작했다.
후발 진입한 영향으로 석유화학 사업에서 수익을 올린 시기가 매우 짧았고 오일쇼크로 제조코스트가 상승한 가운데 일본 내수가 성숙화됨에 따라 적자경영이 불가피해 석유화학 사업 합리화를 적극화했으며 사업별로 차례차례 매각한 후 1988년 철수했다.
이후 농약, 전자소재, 의약 등 스페셜티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했으며 1989년에는 스페셜티(파인케미칼)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5개년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특색이 있는 가치형 조형기업을 최종 목표로 선언했다.
정밀화학 사업도 경쟁력 떨어지면 “철수”
Nippon Shokubai(NSC)는 자체 기술 적용을 고집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1941년 무수프탈산(Phthalic Anhydride), 1959년에는 자체 기술을 활용한 EO(Ethylene Oxide), 1970년에는 프로필렌(Propylene) 산화공법을 활용한 아크릴산(Acrylic Acid) 및 아크릴산에스테르(Acrylic Acid Ester)를 일본에서 최초로 상업화했다.
2003년에는 창립의 계기로 작용했던 무수프탈산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추진함으로써 아크릴산, SAP(Super Absorbent Polymer), EO 등 핵심사업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데카(ADEKA)는 1980년대 중반부터 기초화학제품인 전해제품을 주로 생산했으나 경쟁력 저하로 화학부문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자 1992년 가시마(Kashima) 공장에 콜로이달 실리카(Colloidal Silica)를, 치바(Chiba) 공장에는 1989년 수계 우레탄(Urethane) 코팅 소재 및 강판용 접착제 설비를 설치했다. 미에(Mie) 공장은 1990년 폴리올레핀(Polyolefin)용 첨가제 생산을 시작하는 등 고기능성 차별제품 생산을 확대했다.
1995년에는 소마(Soma) 공장을 건설하고 엔진오일 첨가제, 그리스 첨가제 생산을 시작했고 자동차 저연비화 니즈 확대에도 적극 대응했다.
NOF는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신규사업 창출에서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1949년 닛산케미칼로부터 유지, 페인트, 화약, 용접부문을 인수했고 1999년 생명과학, 2001년 DDS(Drug Delivery System), 2006년 방청, 2013년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기간사업을 모두 마련했다.
다만, 2000년 용접사업은 Teseto에게, 페인트 사업은 NOF-BASF Coatings에게 이관하고 이후 매각·철수했다.
일본에서 검증한 후 해외진출 가속화
일본 파인·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 이후 스페셜티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다진 후 해외 진출에 집중했으며 이른 시기에 생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NSC는 SAP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SAP 수요가 종이기저귀 용도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NCS는 원료 아크릴산과 함께 SAP 투자를 적극화함으로써 사업을 확장했다. 1985년 일본에서 상업화한 후 1988년 미국공장 건설을 통해 해외진출을 시작했고 이후 인도네시아, 싱가폴(아크릴산), 벨기에, 중국 플랜트를 가동했다.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벨기에서는 현재 아크릴산-SAP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벨기에 플랜트를 완공함으로써 SAP 생산능력을 71만톤으로 확대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아크릴산 증설 투자를 진행하는 등 사업 확대를 적극화하고 있다.
다이셀은 자동차 에어백용 인플레이터(가스 발생장치)나 담배필터용 아세테이트 토우, 광학이성체 분리 칼럼 사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플레이터는 소형·경량이라는 특징을 유지한 채 성능을 높인 파이로형 인플레이터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1988년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2000년 미국공장을 가동했고 타이, 폴란드, 중국, 한국에도 진출함으로써 현재는 6개국 제조·판매체제를 갖추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인디아에 판매기업을 설립했고 인디아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학이성체 분리 사업은 1990년 미국공장을 건설한 후 유럽, 중국, 인디아 등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생산·연구개발 체제도 강화
아데카 역시 일본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수지첨가제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89년 첨가제, 가소제, 안정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에는 합작기업인 ADEKA Argus Chemical, 타이완에는 Changchun 그룹과 합작기업을 설립했고 1991년에는 합작투자를 통해 한국공장을 건설했으며 1995년에는 타이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아시아 사업기반 강화에 주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으며 한국 합작기업을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미국에는 1994년 진출해 거대 플래스틱 시장에서 현지 생산 및 판매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닛산케미칼은 액정 배향소재, 반도체용 반사방지 코팅소재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농약부문을 통해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1979년 현재의 소지츠(Sojitz), 한국 삼공 등과 합작을 통해 농약원제 제조·판매기업을 설립했고 이후 프랑스, 한국, 브라질, 인디아에 농약 개발·판매·마케팅기업을 설립했다.
북미에서는 1989년 최초의 해외 현지법인으로 북미 통합 자회사를 설립했고 무기소재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6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업장을 개설하고 현지 벤처기업과 협업해 차세대 기능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자소재 분야에서는 주요 수요처가 집약돼 있는 한국, 중국, 타이완에서 기술지원 및 현지 니즈에 맞춘 신제품 개발거점을 설치했고, 2018년에는 중국 현지법인 내부에 R&D센터를 개설함으로써 날로 확대되는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사업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기반 확립 후 성장분야에 집중투자
파인·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다년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전략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화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통해서는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전환했다.
이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M&A(인수합병) 등을 가속화했으며 정보전자, 생명과학, 환경·에너지 분야에 집중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이셀은 아세테이트의 원료인 초산셀룰로스를 일괄생산하기 위해 1935년 초산 생산을 시작하며 유기합성 사업에 진출했고 1961년 AS 생산, 1964년 폴리플라스틱스 설립을 통해 합성수지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셀룰로이드 원료인 질산셀룰로스가 화약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화공약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독자기술은 핵심사업으로 발전하면서 다이셀의 수익원으로 성장했다.
2019년 4월 종료된 3개년 경영계획은 메디칼·헬스케어, 화장품, 기능성 필름, 전자소재, 광학부재 등 5개 신규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실제로 적극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NSC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으로 육성한 아크릴산, SAP, EO를 중심으로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시작한 4개년 경영계획에서는 라이프사이언스(의약·헬스케어·화장품), 정보 네트워크(반도체·이미징), 에너지·자원(모빌리티·물 및 에너지 전환) 등 3개 사업분야 8개 영역을 중점분야로 선정했고 현재까지 라이프사이언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NOF도 화장품 원료와 DDS 관련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매출액은 계면활성제 등 기능성 화학제품에 비해 작지만 수익률은 높은 편이며, 특히 PEG(Polyethylene Glycol) 말단에 반응성 관능기를 도입한 PEG 수식제는 의약품 DDS 용도를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또 저분자 뿐만 아니라 핵산, 펩티드 등 중분자, 항체의약품 등 성장시장에서도 수요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닛산케미칼이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로 육성하고 있는 액정 배향막 소재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액정패널 구동방식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IPS(면내 스위칭) 방식이 우수한 시야각을 갖추고 있으나 빛이 번지기 쉬워 자외선 등 빛을 조사해 배향막을 형성하는 광배향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닛산케미칼은 디스플레이 타입이 TN(Twisted Nematic), STN(Super Twisted Nematic), TFT(Thin Film Transistor)로 변화하는 가운데 고전 유지율과 저잔류 전압 특성을 보유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IPS 액정 광배향 소재 분야에 집중해 TV 등 대형 액정패널용을 중심으로 수요를 확보할 방침이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소재를 육성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데카는 2012년 기존의 주력사업이었던 전해에서 철수하고 성장 분야에 대한 경영자원 투입을 적극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지첨가제, 특히 디지털화의 진전을 타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정보전자 화학제품과 전자소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반도체 레지스트용 개시제, 액정 디스플레이 주변 소재 등을 개발했고 반도체용 고유전막 소재와 CVD(화학증착) 소재, 엣칭용 화학약품, 시스템 등 현재의 고수익 기반을 다졌고 현재까지도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