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연일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종식을 선언하고 경제 활성화 조치를 강화하면서 여름철 이후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며 초강세를 나타냄으로써 수요처들의 반발이 확산돼 하락세 전환이 예상됐으나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재연됨으로써 폭락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오히려 폭등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 LG화학의 여수 컴플렉스에서 11월5일 발생한 화재 사고 때문으로 판명되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사무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가동에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사실은 전혀 아니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총괄하는 조정실에서 화재가 발생함으로써 스팀 크래커를 비롯해 유도제품 공장 대부분을 가동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메인 조정실과 분리돼 가동하고 있는 공장들도 원료 공급이 차질을 빚음으로써 가동률을 낮추거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은 여수 화재 사고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표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화재가 어느 곳에서 발생하고 어디까지 타격을 입었는지, 어느 플랜트를 보수하고 있는지, 언제 재가동할 것인지 감감무소식이다. 아마도 수직계열화된 컴플렉스여서 불가항력을 선언할 필요성이 없고 공식 브리핑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LG화학이 여수 컴플렉스 가동을 중단한 후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LG화학의 자세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면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해 대응할 수 있고, 수요처들은 공급부족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음을 간파해 가동률을 낮추거나 재고를 조정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고 기존 계약도 지켜야 해 공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겠지만 수급 트러블이 확대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했다. 물론 LG화학의 트러블로 아시아 현물가격이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니 판매가격이 자동적으로 올라가고 뜻하지 않게 횡재했다고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현물가격이 초강세를 계속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플래스틱 가공기업을 비롯해 정밀화학기업들은 원료를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고, 구매가격까지 크게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적자를 수요기업들이 대신 짊어진 것이다.
일본과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내용을 자세히 밝힘으로써 거래처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함은 물론 경쟁기업이라 하더라도 수출을 줄이고 내수 공급을 우선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협력적 자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사고 내용을 정확히 공개함은 물론 가동률 감축 또는 가동중단, 재가동 일정을 공표하고 있다. 책임의식이 강한 것은 물론 혼선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화학기업들은 생산제품 가격을 인상할 때도 스스로 변동내역을 공표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에틸렌 생산능력 1000만톤 시대에 맞게 변동사항을 공개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