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이 2021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도 정식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기업 경영의 기초로 작용하는 국제유가 흐름이 극히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영국,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함으로써 2021년 상반기를 끝으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컸으나 영국을 중심으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남으로써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2021년 상반기에 코로나 백신 접종효과가 가시화되고 유럽, 일본, 인디아 등이 경제활동을 일정 수준 정상화한다고 가정하면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글로벌 전문기관조차도 2021년 국제유가 전망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어느 수준을 형성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12월 열린 2020 석유 컨퍼런스에서 “2021년 두바이유는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과 OPEC+의 감산 공조로 상승하지만 OPEC+의 감산량 축소와 누적된 재고 부담으로 2020년에 비해 6-7달러 높은 배럴당 40달러대 후반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1년 글로벌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면서 2020년에 비해 하루 600만배럴 증가하지만 2019년보다는 280만배럴 줄어들고 OPEC+가 2021년 1월부터 감산량을 720만배럴로 축소해 생산량을 50만배럴 확대함으로써 50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두바이유는 2021년 1분기부터 상승추세를 이어가나 연평균 48달러대에 머물고 낮으면 41달러대, 높아도 55달러대 중반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12월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12월 하순 브렌트유가 51달러를 넘어섰고 두바이유도 5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WTI 역시 48달러를 넘어섰다.
더군다나 미국 의회가 경기부양을 위해 8920억달러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상승세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들이 2020년 경기부양에 엄청난 금액을 투입해 여유자금이 넘쳐나는 가운데 1000조원이 넘는 금액이 추가로 풀림으로써 석유 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 양상, 글로벌 석유 수요회복 정도, OPEC+의 감산 정도, 미국‧유럽의 경기 부양책, 중국 경제의 활성화 정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고 볼 때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50달러대 후반에서 70달러대 초반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로 투입되는 나프타가 톤당 500달러대 중반에서 600달러대 후반을 형성한다는 것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코스트 상승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 정밀화학이나 플래스틱도 마찬가지여서 화학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2019년 가을부터 폭락에 폭락을 거듭함으로써 2020년 상반기에는 수익성이 최악으로 떨어졌으나 8월부터 중국 수요 회복을 타고 폭등에 폭등을 거듭함으로써 일부 현물가격은 최근 5-6년 동안 최고치를 형성했고 수익성도 가장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에너지 시세가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미국‧유럽 플랜트가 정상 가동함으로써 2020년과 같은 이변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절망할 필요도 없지만 2020년 하반기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