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기업들이 생산 현장은 물론이고 영업, 연구개발(R&D) 등 모든 사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기술을 응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DX는 1단계 계획 및 전략, 2단계 디지털 자료 전환, 3단계 스마트 모델링, 4단계 스마트 작동 과정으로 진행하며,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용도에 맞춰 저장‧보관하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관리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조건으로 클라우드에 데이터 관리를 맡기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모델링이 완벽해야 데이터 분석 후 최적의 퍼포먼스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MCC, 생산에서 영업까지 디지털 혁신 가속화
일본 미쓰이케미칼(MCC: Mitsui Chemicals)은 2021년 4월 DX 추진실을 출범시키고 영업, 서플라이체인 영역 등에서 DX 활용기반을 확충함으로써 변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IBM과 전기기업 Nidec 등에서 요직을 역임하고 미쓰이케미칼 집행위원으로 선임돼 DX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산페 마사오 집행위원은 화학산업의 기능이 연구개발, 생산기술, 서플라이체인, 영업, 백오피스 등 5가지로 구분되고 모든 영역에서 DX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DX 추진실 설립 이전에도 연구개발 분야에서 신소재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MI(Materials Informatics)를 도입했고, 생산기술 분야에서는 디지털 공간에 현실을 재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해 플랜트를 제어하고 있다.
하지만, 서플라이체인과 영업 분야에서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분석 아래 DX 추진실 출범을 계기로 모든 영역을 연결함으로써 진정한 변혁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DX가 데이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제품 판매방식을 바꾸고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풍토를 혁신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새로운 사회상 구축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업소재는 체험형 구매나 계속과금형 구매를 전제로 한 사업모델이나 직원들의 마음가짐과 능력을 단기간에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업무요건에 기반을 둔 데이터드리븐(Data Driven) 요소를 추가해 신제품, 신규 수요기업 개발, 신규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영업과 서플라이체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퍼스널라이즈드 마케팅을 도입한 온라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용도 탐색 방법을 도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용도 탐색은 특허와 논문 등 외부정보와 생산제품의 물성을 기본으로 AI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AI를 생산성 향상이나 작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용도로만 사용했지만 톱라인부터 향상시키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플래스틱 순환경제 확립에 기여
미쓰이케미칼은 IBM과 공동으로 플래스틱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사회 전체가 자원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순환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리사이클 원료 인증과 함유물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이 선제적으로 개발 및 도입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예전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리사이클제품은 취급하지 않는 흐름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리사이클 원료 사용 의무화 제도나 리사이클제품에 대한 세제 우대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돼 추적 가능성이나 투명성을 갖춘 플래스틱 원료 관리법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IBM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료 제조부터 사용, 회수, 파쇄, 재이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고 물성, 품질 등 정보를 가시화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플래스틱 자원순환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플라이체인의 업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이 성형기술 등 다양한 노하우를 펼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IT기업에서 근무한 산페 마사오 집행위원은 화학산업이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 아래 DX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애자일 멘탈리티를 보유한 플랫포머가 의료 분야에 진출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화학산업도 디지털 디스럽터(시장 파괴자)에 맞서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직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전문인재 육성 등을 중심으로 DX 교육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MCC-IBM, AI 활용 석유화학 공장 산업재해 예방
디지털 기술은 화학공장의 산업재해 방지에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과 IBM Japan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화학공장 작업자의 안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과거의 산업재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후 진행할 작업과 상관성이 높은 리스크 사례 등을 추출하는 방식이며, 위험 소스를 도출하고 작업을 시스템화함으로써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재해 데이터는 원래 서류로 작성돼 보관하거나 관계자가 청취 혹은 트러블 내용을 기록한 보고서 형태로 존재했으나 미쓰이케미칼과 IBM은 기존 산업재해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간단하면서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자연언어 등 대규모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인 IBM 왓슨 익스플로러와 IBM 왓슨 내추럴 랭귀지 클래시파이어 등을 활용했다.
공장 내부의 컴퓨터에서 작업자들이 앞으로 실시할 작업에 대해 장소나 내용 혹은 화상‧전도 등 산업재해 종류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상관성이 높은 리스크와 유사사례를 추출해 안내하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석유화학제품과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미쓰이케미칼의 오사카(Osaka) 공장에서 시스템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0년부터 시험운영을 거쳐 도입한 것이며 20개 이상 부서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처럼 종이로 된 데이터에서 자료를 찾거나 구두로만 주의를 환기하는 활동은 속인적 성격이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면이 많았으나 산업재해 위험요인 추출작업 자체를 시스템화함으로써 속인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스킬이나 노하우 등을 다음 세대에게 전승하기 쉬워졌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빠르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 DX화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에너지가 울산 컴플렉스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SK에너지는 울산CLX 설비관리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완료하고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 오션-허브(Optimized & Connected Enterprise Asset Network Hub)를 구축할 계획이다. 
울산CLX은 약 83만평방미터(250만평)의 부지에 약 60만기에 달하는 설비가 맞물려 가동되고 있고 관련 데이터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SK에너지는 2015년 비용 효율화를 위해 공정 운영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고, 2019년부터 독자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스템을 직접 설계‧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정확한 정비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질, 설계 온도·압력 등 정확한 기준 정보와 해당설비 혹은 유사설비의 정비·고장 이력, 가동조건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비 이력 등 오션-허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도입해 설비 게놈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인 오션-허브는 정확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현장의 배관을 포함한 전체 공정설비와 건물‧자동차를 포함한 전체 공정을 디지털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