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화학물류 시장은 컨테이너 부족에 따라 글로벌 물류대란과 함께 심각한 운전기사 부족, 전자상거래 보급의 영향으로 수급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 새로운 시간외근로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물류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수송, 디지털전환(DX) 도입, 창고‧수송체제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작업 효율화
화학공장은 수작업에 따른 하역 및 전표 작성, 긴 대기시간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아 운송업자들이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럭 수송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여성 및 고령 운전기사가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활용이 필수적이고 화학기업들도 DX 대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레이(Toray)는 물류 개선을 추진할 때 수지 수송에 사용하는 팰릿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많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종이봉투 25kg을 출하할 때 운전기사의 하역 부담을 줄이고 위해 팰릿을 활용했으나 목제 팰릿은 수요처에서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분실되는 사례가 많은 편이어서 2020년 1월 UPR과 NTT가 공동으로 개발한 능동형(Active) 무선인식(RFID) 태그를 탑재한 스마트 팰릿을 도입했다.
도레이의 개별 공장, 수지를 보관하는 외부영업창고, 가공공장에 전용 리더기를 설치해 수량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회당 수량이 1톤 이상일 때는 원칙적으로 스마트 팰릿을 이용해 출하함으로써 하역시간을 도입 후 1년간 7만2000시간(75%), 트럭 대기시간은 3만6000시간(38%) 감축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목제 팰릿을 사용할 때 필요하던 이동전표 작성, 팰릿 재고조사 등 사무작업 시간도 1만5000시간 줄어 거의 제로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레이는 코스트 부담이 가중됨에도 불구하고 운전기사 부담 경감에 필요한 방안이어서 영업부의 이해를 쉽게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차 예약 시스템에 공동물류 프로젝트까지…
화학공장은 화물을 하차할 때 대기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하차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개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그룹의 Mitsubishi Chemical Logistics(MCLC)는 2020년 아마가사키(Amagasaki) 저유소에 탱크로리 하역 사전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탱크로리의 대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것으로 물류용 어플리케이션 및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Hacobu의 시스템을 채용함으로써 탱크로리 대기시간이 대당 평균 44% 감소했으며 저유소 입장에서도 종업원 잔업 감소, 휴게시간 확보 등으로 작업계획이 효율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레이도 하역작업 예약 시스템을 시작했으며 미즈시마(Mizushima) 공장의 필름 가공제품을 대상으로 시험적으로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아네가사키(Anegasaki) 공장에 예약 시스템을 채용했고 오퍼레이션 개선, 업무방식 개혁에 유효한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게이오(Keiyo) 지역에서 경쟁기업과 제휴해 공동물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출하 및 납입 실수 방지의 일환으로 IT(정보기술)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운전기사가 화물을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했으나 화물에 부착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작업을 경감하고 있다.
도소로지스틱스(Tosoh Logistics)는 선박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원단위 개선을 목적으로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연비가 좋은 항로 선택, 에너지 절약에 영향을 미치는 운항속도 등을 추구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도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트럭 수송관리 및 창고관리 시스템을 디지털화할 방침이다.
자체 물류능력 활용이 아웃소싱보다 우위
일본 화학기업들은 2000년대 초까지 대부분 물류기업을 산하에 보유했으나 전문인력, 트럭, 물류센터 등에 대한 투자 부담으로 코스트를 절감하기 위해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물류대란 속에서는 자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도소(Tosoh), 미츠비시케미칼 등이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도소는 수송량에서 선박이 65% 이상, 트럭‧탱크로리가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트럭의 10-20%, 탱크로리의 50% 가량을 자회사인 도소로지스틱스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전기사가 부족한 가운데 물류 중계기지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어 자회사를 보유한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도권에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창고는 대부분 바닥의 내하중이 평방미터당 1.5톤으로 건설비용이 낮은 전자상거래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플래스틱 팰릿을 3단 쌓으면 3-4톤에 달하는 화학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는 지역은 창고 부족이 현저해 쟁탈전이 발생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내부창고가 부족해 주변에 있는 외부창고를 사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설비가 노후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소로지스틱스는 2020년 2월 난요(Nanyo) 공장 인근에 새롭게 창고를 설치했고 QR 코드를 이용한 자동접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탱크선 교체와 동시에 적재능력을 확대하는 등 선박수송도 강화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오래전 물류사업을 분사한 후 그룹 물류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MCLC는 협력기업과 함께 안정적으로 물류 서비스를 시행해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MCLC는 수송수단을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고 있으나 탱크로리, 트럭을 보유한 자회사가 산하에 있어 시장에서 원하는 품질 및 수송능력을 조달할 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래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내부에서 코스트를 비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에 주력
일본 화학기업들은 운전기사 근무시간 단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쓰이케미칼과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수도권, 히로시마(Hiroshima), 야마구치(Yamaguchi)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왕복운행을 2020년 10월 시작했다. 서쪽으로는 도쿠야마(Tokuyama)와 이와쿠니(Iwakuni), 동쪽으로는 가와사키(Kawasaki), 후나바시(Funabashi), 치바(Chiba) 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으로 산큐(Sankyu)가 주 1회 운항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이 볼트용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등을 이와쿠니항에서 후나바시, 치바항으로 수송하고 아사히카세이가 아크릴수지를 치바항에서 히로시마항으로 수송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럭을 이용하는 육상수송에 비해 운전기사 근무시간을 80%,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수단 확보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왕복운행을 시작해고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럭 운전기사는 임금이 낮고 근로시간이 길어지는 등 근로환경이 좋지 않아 인력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근로시간은 대형 트럭이 2580시간, 중소형이 2496시간으로 전체 평균인 2076시간에 비해 20% 길었음에도 임금은 10-20% 낮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힘든 근로환경을 꺼리는 청년층이 증가하면서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 유효구인배율이 3.0으로 전체 평균의 2배, 2020년 결원율은 5.2로 전체 평균인 2.3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2024년 잔업규제 시행에 앞서 해결책 모색
특히, 2024년 문제가 더욱 시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관계법률 정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잔업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 4월1일에는 운전기사가 대상에 포함되고 잔업시간이 960시간으로 제한됨에 따라 장거리 수송수단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경기 침체로 화물이동이 줄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구인배율은 여전히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물류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작업에 따른 하역, 긴 대기시간 등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계화, 디지털화에 따른 운전기사 작업시간 단축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도소는 자회사 도소로지스틱스를 비롯해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승원수, 잔업시간 등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황을 분석한 후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21년 아네가사키 지역에서 하역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사전예약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도레이는 이상기후가 발생했을 때 운전기사 안전을 최우선하고 있어 2021년 초 대설이 내린 당시 호쿠리쿠(Hokuriku) 지역의 수송을 중단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생산단지에 공유창고를 마련함으로써 운전기사 집하효율을 향상시키는 대책을 시작했다.
아사히카세이는 식품용 랩 브랜드 Saranwrap 배송에서 장거리 수송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Saranwrap은 물류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장이 있는 스즈카(Suzuka)나 주변에서 전국으로 직접 배송했으나 몇년 전부터 중계기지를 거쳐 배송하는 스타일로 전환했다.
코스트 부담이 가중되는 단점이 있으나 장거리 수송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을 피하고 납기를 엄수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