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1.11.22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더니 다시 폭락세로 전환됐다.
중국의 석탄 부족이 표면화된 9월 중순부터 일부가 폭등하기 시작했고 전력 공급 제한이 시작된 10월 들어서는 대부분이 폭등세로 전환돼 폭등의 끝이 언제일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파죽지세를 연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석탄 가격 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폭락세로 전환됐고 전력 공급 제한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가성소다는 아직도 폭등세를 계속하고 있고 초산‧VAM도 초강세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력 공급 제한으로 전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초산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VAM 수급 타이트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폭등 현상이 100% 중국의 석탄 공급부족과 전력 공급 제한 정책에 연유한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석유화학 시장의 재앙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나 모두가 중국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가격이 폭등하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가동률을 낮추고 공급을 줄여 수급 타이트를 심화시키는 상술이 자리 잡고 있고, 무역상들의 장난에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기업들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해상물류 체계가 허물어진 가운데 나타나 석유화학 폭등은 원자재 가격급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와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2개 수출업종의 1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원자재 상승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2021년 원자재 구매가격이 2020년보다 평균 1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종이 29.8%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석유화학·제품 26.3%, 일반기계·선박 19.5%, 전기·전자 12.5%, 바이오‧헬스 11.6%, 자동차·부품 10.5% 순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은 평균 5.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기계·선박이 -8.8%로 가장 컸고 이어 석유화학·제품 –7.1%, 바이오·헬스 –6.0%, 철강 –5.7%, 자동차·부품 –5.2%, 전기·전자 -1.8% 순이다.
석유화학은 상승률이 26.3%에 달했음에도 영업이익은 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으나 가공제품은 석유화학 폭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2021년 원자재 구매비가 늘어난 대기업의 34.1%는 생산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다고 답했으나 31.1%는 원가절감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체 원자재 발굴도 10%를 넘었으나 일부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매출원가 중 원자재 구입비용 비중도 평균은 41.0%로 50%를 밑돌았으나 석유화학·제품은 53.3%로 높았고, 수입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석유화학·제품은 47.9%로 평균 41.7%를 웃돌았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로, 계약 거래를 중시하는 선진기업과 달리 현물 거래에 의존하고 있어 스스로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석유화학기업을 대상으로 생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일 것이다. 플래스틱은 매출원가 중 원재료 비중이 무려 83%에 달하고 있으나 원자재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100대 대기업들도 석유화학 가격 변동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중소기업들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석유화학과 전자를 중심으로 대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플래스틱은 어떠할까?
<화학저널 2021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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