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요소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진 요소수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다.
과연 중국산에 의존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중국산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있는가? 수입을 다변화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산업이 정상적인 궤도를 돌아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로 귀착된다.
일본이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필름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을 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외쳤을 뿐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어내지 못하고 허송세월로 끝낸 것이 문제였다.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는 가운데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화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국가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수입품목이 4000개에 육박하고 절반에 해당하는 1850개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용 규소는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98.6%로 100%에 육박하고,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양극재 제조용 천연흑연, 수산화리튬도 80%를 웃돌고 있다.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90% 안팎인 산업용 소재는 망간 99.0%, 알루미늄케이블 97.4%, 마그네슘 94.5%, 아연도강판 93.8%, 흑연 87.7%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학제품에 국한하면 더 비극적이다. 무기화학 원료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산이 대부분이어서 중국이 수출을 규제하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고, 정밀화학은 물론 석유화학까지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밀화학용 원료‧중간체도 마찬가지로 고부가가치제품은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범용은 대부분 인디아와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인디아산도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통제하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이다.
의약‧건강식품도 심각해 원료‧원제‧중간체를 수입하지 않고서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고 대부분을 중국과 인디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마도 무기화학, 정밀화학, 제약, 건강식품 생산기업들은 최근 똥줄이 타들어 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2021년 가을 들어 새로운 환경규제 기준을 적용하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난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고 수입을 중단할 처지도 아니고, 아무리 높은 가격을 요구해도 수입을 하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해야 하니 곤궁하기 그지없다.
수입상들은 아마도 고품질 원료‧원제를 포기하고 품질이 낮은 제품으로 대체할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고 이미 그렇게 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소비자만 봉이 되는 세상이다.
석유화학도 중국 수출 의존도를 크게 낮춘 것은 사실이나 몇몇은 아직도 중국 수출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SM, P-X가 대표적이며 SM에 이어 P-X도 중국이 신증설을 확대하면서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궁지로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화학산업 전체가 성장을 계속하려면 수출‧수입을 가릴 것 없이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