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스팀 크래커의 분해 에너지를 전기화하는 e-크래커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
보레알리스(Borealis), 토탈에너지(Total Energies), BP 등은 에틸렌(Ethylene) 생산용 스팀 크래커 개발을 위해 Cracker of the Future(CoF) 컨소시엄을 형성했으며 Eni그룹의 베르살리스(Versalis), 렙솔(Repsol)을 새로운 멤버로 확보했다.
CoF 컨소시엄은 2020년 바스프(BASF), 보레알리스, BP,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 사빅(Sabic), 토탈(Total) 등 6사가 설립했으나 이후 바스프, 사빅, 라이온델바젤은 전략상 이유로 탈퇴했다.
유럽, 3개 컨소시엄이 e-크래커 상업화 추진
유럽은 스팀 크래커 가동을 통해 화학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0-30% 정도인 약 3000만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있다.
스팀 크래커는 천연가스를 고온 연소시켜 섭씨 750-850도 정도로 가열한 다음 분해로 내부의 파이프 안으로 나프타(Naphtha)를 통과시켜 열분해한 다음 올레핀(Olefin)이나 아로마틱(Aromatics) 원료용 분해유를 생산하고 있다. 
CoF 컨소시엄은 가스를 연소시키는 대신 재생에너지 베이스 전력으로 파이프를 가열함으로써 가열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2023년부터 실증실험을 시작해 2026년경 상업화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바스프와 사빅은 린데(Linde)와 함께 2021년 3월부터 에틸렌 제조용 전열 분해로 시험설비를 건설하고 2023년 상업 가동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스프 본사 공장이 소재한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에 실증설비를 도입하며 대규모 분해로에 적용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스팀 크래커에 비해 최대 9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쉘(Shell)도 2020년부터 크래커 전기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테르뉴젠(Terneuzen)에 소재한 다우케미칼 사업장에서 이르면 2025년 수MW 수준으로 시험설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CoF 컨소시엄과 바스프-사빅-린데, 다우-쉘 등 3개 프로젝트 참여기업들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1700만톤으로 유럽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바스프, 전열 분해로 개발에 기술 라이선스
바스프는 전열 분해로 기술 개발에 이어 라이선스에도 나서 주목된다.
바스프는 사빅, 린데와 에틸렌 제조용 전열 분해로 기술을 2027년까지 확립할 계획이며 기존 ECC(Ethane Cracking Center)나 NCC(Naphtha Cracking Center)에 개발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열 분해로는 나프타나 에탄(Ethane), LPG(액화석유가스)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화학 원료를 추출하는 분해로의 가열공정을 기존의 가스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베이스 그린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실용화된다면 화학제품 생산의 기초가 되는 분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 90% 감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스프와 사빅, 린데는 2027년까지 전열 분해로 기술을 개발한 후 린데를 통해 현재 가동하고 있는 다른 크래커에도 기술을 라이선스할 계획이다.
바스프는 린데가 기술을 라이선스한 이후 자체 설비에서 기술을 실용화할 방침이다. 분해 반응 프로세스를 변경하지 않고 가열방식을 버너에서 전력으로 변경하기 위해 새로운 가열설비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스프, 사빅, 린데는 2021년 3월 전열 분해로 공동개발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출력 수MW 수준의 실증설비 건설 검토에 나섰다.
전열 분해로 실용화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바스프는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출자하고 있으며 대규모 구매계약 체결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 전력‧가스 메이저인 RWE와는 공동으로 발전용량 2GW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하기로 합의했으며 2030년 이후 발전소에서 루트비히스하펜 페어분트까지 그린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에틸렌 크래커는 일반적으로 5-15기 정도의 분해로로 구성되며 1기당 에틸렌 생산능력이 2만-20만톤, 1개 설비당 최대 200만톤으로 파악된다.
전열 분해로 기술이 확립되면 신증설 및 기존 분해로 적용 뿐만 아니라 노후 분해로 갱신 및 개조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스프는 중국 광둥성(Guangdong)에서 2030년 전면 가동을 목표로 2개의 페어분트를 건설하고 있으나 전열 분해로 기술 적용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바스프, 사빅, 린데는 EU(유럽연합) 이노베이션 펀드와 독일 연방 환경성의 산업탈탄소기금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며 지원금이 확정되는 대로 전열 분해로 기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쉘, 2023년까지 싱가폴에 열분해유 5만톤 건설
쉘은 싱가폴에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정제설비를 건설한다.
쉘은 싱가폴 현지법인 Shell Eastern Petroleum의 정유공장과 NCC 등이 소재한 부콤섬(Bukom)에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아시아 최대 처리능력인 5만톤의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정제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설비투자 가운데 최대이며 아시아에서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열분해유는 싱가폴 폐기물 처리기업인 Environmental Solutions Asia로부터 1만2000톤을 조달하기로 했으며 정제 후 NCC에 투입함으로써 올레핀을 생산하고 폐플래스틱 베이스 순환형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환형 화학제품은 아시아에 합성고무, 우레탄(Urethane) 등 다양한 용도로 공급하며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는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쉘은 부콤섬에서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을 순환형 연료 및 화학제품 생산기지인 SECPS(Shell Energy & Chemicals Park Singapore)로 전환하고 있으며 열분해유 정제설비도 SECPS 전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콤섬 정유공장은 바이오 연료 55만톤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재생 가능한 자원과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등에서 추출한 수소를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나 경유, 화학제품 등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쉘은 부콤에서 부타디엔(Butadiene) 추출 플랜트와 컨덴세이트(Condensate) 스플리터를, 인근 주롱(Jurong)에서는 합섬원료 MEG(Monoethylene Glycol)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콤섬 SECPS와 주롱섬 생산기지를 통합 운영하면서 바이오 연료 및 순환형 화학제품, 고기능 윤활유,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쉘은 싱가폴에서 2030년까지 사업활동에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6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능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기존 연료 생산량을 줄이는 한편 탄소 포집‧저장(CCS)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25년까지 전세계 화학공장에서 100만톤의 폐플래스틱을 리사이클할 방침이다.
2021년 9월에는 CR(Chemical Recycle)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BlueAlp에 출자를 결정했으며 합작기업을 설립해 네덜란드에서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 플랜트를 건설한다.
2023년까지 처리능력 3만톤 설비를 건설하고 열분해유는 네덜란드와 독일 소재 NCC의 원료로 투입할 계획이다.
다우케미칼, 스팀 크래커 넷제로 전환
다우케미칼은 캐나다에 세계 최초로 넷제로(Net Zero) 크래커를 구축한다.
캐나다 알버타(Alberta)의 사스카추완(Saskatchewan) 항구 인근 에틸렌 및 PE(Polyethylene) 생산기지에서 배기가스를 수소로 전환해 제조공정에 다시 투입함은 물론 이산화탄소를 부지에서 회수해 인근 사업자에게 수송하거나 저장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180만톤의 생산능력을 추가하고 저탄소 혹은 배출량 제로(0) 인증 PE 및 에틸렌 유도제품 320만톤 정도를 공급할 방침이다.
다우케미칼은 알버타 투자를 통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의 약 20%를 탈탄소화하고 PE 생산능력은 약 15%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밸류체인 전체에서 약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의 EBITDA(금리‧세금‧감가상각비 계상 전 이익) 추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우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약 30%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캐나다 알버타는 에틸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에탄(Ethane) 등 천연가스액(NGL)이 풍부해 앨버타에서 대형 ECC를 가동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원료 면에서 앨버타의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판단 아래 넷제로 투자처로 선택했다.
쉘도 앨버타에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CCS 인프라 정비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 역시 투자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는 넷제로 크래커 구축 등 다양한 설비투자를 통해 30억달러의 EBITDA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플래스틱 리사이클, 재생가능에너지 조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럽‧미국에서도 열분해유 생산‧조달
다우케미칼은 최근 네덜란드 Fuenix Ecogy 그룹과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No.2 2만톤 공장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열분해유는 다우의 테르뉴젠 플랜트의 플래스틱 원료로 투입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Gunvor Petroleum Rotterdam과는 열분해유 정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정제는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를 화학제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공정이며 2021년 상업공급 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테르뉴젠 플랜트에 정제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텍사스 New Hope Energy와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를 조달하는 중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가능 전력은 유럽과 북미에서 총 850MW를 조달하기로 결정했고 6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우케미칼이 구매하는 전력의 25%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되며, 특히 유럽에서는 스페인, 영국, 스웨덴, 프랑스, 독일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전량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한다.
다우케미칼은 매년 10억달러를 저탄소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수소, CCS 투자를 후보로 설정하고 모듈러식 원자력발전 투자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쉘과 함께 스팀 크래커를 전열화하고 에탄 탈수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