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성고무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합성고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에서 벗어나 자동차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타이어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마이크로 칩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다.
특히, 범용제품은 한국․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SSBR(Solution Polymerized Styrene Butadiene Rubber)은 후발주자들이 생산기술 향상, 저코스트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일본 SSBR 생산기업들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수익구조 및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2021년 합성고무 수요 회복세
일본 합성고무 시장은 자동차용 타이어․튜브 수요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자동차, 특히 타이어 생산량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고 있다.
타이어는 2018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따른 미국 자동차산업 침체 영향으로 생산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본은 수출을 중심으로 합성고무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 침체로 봄철까지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감소했고, 여름 이후 교체용 타이어가 호조를 나타내고 신차용 타이어도 회복됨에 따라 합성고무 수요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21년에도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용 타이어, 자동차용을 포함한 고무호스 생산량은 3월부터 전년동월대비 10% 이상 계속 증가했으며 자동차 타이어‧튜브용은 상반기 출하량이 26%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은 여름 이후 연휴 등으로 타이어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고, 유럽․미국은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타이어 생산이 감소했으며, 타이․말레이지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록다운(도시 봉쇄)의 영향으로 자동차․타이어 생산이 침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자동차는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합성고무 수요 회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SSBR, 한국 16만톤에 중국 30만톤 신증설
SSBR은 저연비 타이어가 보급됨에 따라 최근 10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범용 타이어에 사용되는 ESBR(Emulsion SBR)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중국기업들이 저가제품 중심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BR은 ESBR과 SSBR로 분류되고 모두 자동차 타이어의 트레드(노면과 접촉부분)에 투입되고 있으며, 특히 SSBR은 설계 자유도가 높아 저연비, 고성능 등 타이어 성능에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이 부각되고 있다.
SSBR은 2010년 구름저항 성능과 젖은 노면 마찰력이 일정수준 이상을 충족시킨 저연비 타이어가 등장한 이후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ESBR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타이어용 SBR은 글로벌 수요가 600만톤에 달하고 있으며 SSBR은 150만-160만톤으로 연평균 5-6% 증가하고 있다.
세계 타이어 생산량은 약 21억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신차용이 5억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교체용 타이어로 파악되고 있다.
SSBR은 자동차 판매대수보다는 타이어 생산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고 있다. 
타이어는 2020년 상반기 생산량이 감소했으나 여름 이후 자동차 생산 증가로 신차용 수요가 회복됨과 동시에 교체용도 생산이 확대돼 하반기부터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반되는 성능인 타이어 구름저항 저감과 젖은 노면 마찰력 유지를 양립시킬 수 있는 실리카를 트레드 부분에 배합한 실리카 배합 타이어가 증가하고 있다.
실리카를 높은 수준으로 분산시킨 변성 SSBR은 일본기업이 독자 그레이드를 공급하고 있으며, 신차용 타이어에 채용되면 다음 타이어가 개발될 때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어 2025년까지는 수요가 확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SSBR 시장에 후발로 진입한 한국, 타이완, 중국기업들이 최근 신증설 등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2년까지 6만톤, LG화학은 10만톤을 증설할 계획이며 중국에서는 20만-30만톤 플랜트를 신규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SSBR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공급과잉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본기업들은 변성제품 기술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저코스트화를 실현해 가격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변성 SSBR은 많은 특허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타이어 생산기업의 인증을 받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대체가 어려워 선행기업이 메리트를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범용 화학제품과 마찬가지로 블루오션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온‧스미토모, 사업 통합으로 경쟁력 강화
SBR, BR(Butadiene Rubber) 등 범용 합성고무를 고부가가치화한 SSBR은 일본이 높은 기술력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한국, 타이완, 중국기업이 추격하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SSBR 생산기업들도 합종연횡, 매각 등 구조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JSR, 제온(Zeon),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가 SSBR을 생산하고 있으며 제온과 스미토모케미칼이 가장 먼저 구조재편을 단행했다.
2016년 ZS Elastomer를 설립해 SSBR 개발 및 공급체제를 통합한 후 수요처 니즈에 대응한 신제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온은 도쿠야마(Tokuyama) 5만5000톤, 싱가폴 7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고, 스미토모케미칼은 치바(Chiba) 8000톤에 싱가폴 4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전에는 배치중합 공법에 따라 젖은 노면 마찰력 향상과 구름저항 저감을 양립시켜 타이어의 저연비 성능에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에는 내마모성 니즈에 대응한 신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고수익이 예상되는 변성 타입의 매출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비변성제품을 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체제를 확립해가고 있다.
JSR, 에네오스에 엘라스토머 사업 매각
SSBR은 ZS Elastomer가 등장한 후에도 한국 등 후발들이 생산기술을 향상시켜 잇따라 저가제품을 투입함에 따라 경장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은 경쟁 과열에 대응해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 메이저인 JSR은 2021년 5월 SSBR을 포함한 엘라스토머(Elastomer) 사업을 에네오스(ENEO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엘라스토머 사업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JSR과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에네오스의 사업전략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에네오스는 2022년 4월까지 JSR이 새롭게 설립한 계승기업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 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인수액은 약 1000억엔으로 SSBR 등 합성고무 외에 에멀전, LiB(리튬이온전지)용 바인더 뿐만 아니라 자회사, 관련기업도 포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JSR은 1957년 설립됐고 1969년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후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사업을 육성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소재, 진단시약 등 라이프사이언스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엘라스토머 사업은 매출액이 1432억엔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으나 사업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제품인 ESBR은 경쟁기업이 많고 최근 1-2년 동안 수요침체 및 가격경쟁으로 시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JSR은 다른 합성고무 생산기업에 비해 생산능력이 커 시장환경 변화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 가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타디엔은 2019년 미국-중국 무역마찰 영향으로 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침체, 국제유가 급락으로 900달러에서 200-300달러로 폭락함으로써 JSR을 포함한 합성고무 생산기업들은 마진 축소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설비투자도 수익 악화를 견인해 헝가리에 신규 건설하고 있는 SSBR 투자와 가동 지연에 따라 JSR은 201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손실이 772억엔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 악화와 정유사업 축소 겹쳐 매각․인수
JSR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솔루션 사업의 매출이 엘라스토머 사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라이프사이언스 사업과 함께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석유화학 사업은 다른 일본 화학기업과 마찬가지로 구조재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합성고무 사업 매각과 관련해서는 최대주주이자 SBR 수요처인 타이어 메이저 브리지스톤(Bridgestone)이 발행주식의 3% 이하로 지분을 줄여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에네오스는 중장기적인 휘발유(Gasoline) 수요 감소에 대응해 주력인 석유정제 사업에서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수 있는 석유화학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한 SSBR을 인수하는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에네오스는 타이어 관련소재인 실란커플링제도 공급하고 있다.
실란커플링제는 구름저항과 젖은 노면 마찰력을 개선하는 실리카를 타이어 트레드 부분에 배합할 때 실리카의 보강성을 높여 분산성을 개선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타이어 그립 성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수지도 생산하고 있어 JSR의 SSBR 기술과 조합해 저연비, 내마모성 니즈 대응제품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 고성능‧고품질제품 개발 주력
아사히카세이는 SSBR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일본 14만톤, 싱가폴 13만톤 플랜트를 가동하며 세계 최대의 SSBR 생산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사히카세이가 채용하고 있는 연속중합공법은 고분자부터 저분자까지 분자량 분포범위가 넓어 내마모성, 조종안정성, 브레이크 성능, 저연비성 등 타이어의 4대 성능 향상에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타이어 생산기업 니즈에 대응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변성기술, 폴리머 설계기술 등을 활용함으로써 고성능‧고품질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저가제품은 후발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고성능 타이어에 대응한 하이엔드(High-End)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이엔드 개발과 세분화된 니즈 대응이 생존조건
합성고무 시장은 2021년 들어 호조를 나타냈으나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타이어‧튜브용을 중심으로 SSBR 수요가 증가해 2019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돼 8-10월 대량 거래가격은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국제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주원료인 부타디엔이 상승하고 타이어 생산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합성고무 수급이 타이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ESBR은 한국, 타이완, 중국기업이 저가제품을 투입하면서 범용화가 이루어졌고, SSBR도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범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는 휘발유․경유, 전기자동차(EV), 연료전지자동차(FCV) 등 동력원 및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타이어에 대한 니즈가 세분화되고 있으며, SSBR 생산기업들은 상반된 특성인 저연비와 내마모성을 실현하는 하이엔드제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세분화된 니즈에 대응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