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공장은 근원적으로 폭발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유통과정에서 유해‧위험 화학물질이 유출‧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화학공장이 아닌 화학 관련 연구소에서도 폭발‧누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정도이다.
2월11일 여천NCC에서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4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열교환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시험가동을 위해 압력을 넣는 순간 폭발함으로써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열교환기 뚜껑이 날아가 인근에서 지켜보던 8명을 덮친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나 폭발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했는지, 관계자들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했는지 조사가 요구된다. 고용노동부가 중대 재해로 판단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나, 법적 처벌에 앞서 스스로가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고 대비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플랜트나 정유공장은 화학물질을 취급‧생산하는 특성상 폭발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며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사고를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도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과거의 관행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진 화학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무에 정착할 단계는 아니나 그동안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여수단지는 물론 울산단지, 대산단지 모두 건설한 지 40-60년이 지나 노후화됐으며, 현장 직원들 역시 노령화되고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해서는 사고를 막을 수 없고 앞으로 더 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설비용량을 대형화하고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안정상의 결함을 놓치지는 않았는지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여수단지는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여수단지에서는 2017-2021년 사이 총 16건의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해 사망 8명, 부상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1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1967년 여수단지 조성 시기부터 시작하면 더욱 늘어나 1967-2016년 50년 동안 안전사고가 321건 발생했고 사망자 133명, 부상 245명에 재산피해액이 1600억원에 달했다.
여수단지 전체적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함은 물론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정신적 자세 또한 바로 잡아야 한다. 공통 적용할 수 있는 설비부터 안전 관련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화학공장이나 화학단지는 유해‧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어 화재, 폭발, 누출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각별한 주의와 대책이 요구됨은 물론 가연성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함으로써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 요구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으로써 민‧형사상 책임 범위가 늘어나고 처벌 수위가 강화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