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소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을 제외하면 수요가 안정적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규제 강화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RoHS 지령에서 DEHP(Diethylhexyl Phthalate), BBP(Butylbenzyl Phthalate), DBP(Dibutyl Phthalate), DIBP(Diisobutyl Phthalate) 등 4종의 프탈레이트(Phthalate) 가소제의 함유량을 중량 대비 0.1% 미만으로 규제하기로 해 EU에서의 생산‧수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이다.
REACH도 4종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제한 규제를 발효했으며 완구, 육아용품부터 옥외용을 제외한 대부분 성형제품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DEHP, 인간건강 영향 재평가 놓고 갈등
유럽연합은 DEHP를 규제하면서 DEHP 대체용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DINP(Diisononyl Phthalate)는 생식독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9년 BBP, DEHP, DIBP 및 DCHP(Dicyclohexyl Phthalate)를 유해물질 규제법(TSCA)에서 고우선후보 화학물질로 결정했고 현재 DINP, DIDP(Di-Isodecyl Phthalate)와 함께 리스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아동용 플래스틱 성형제품의 공통 안전기준 개정 과정에서 아동이 입에 넣느냐 여부를 묻지 않고 합성수지에 대한 DEHP, BBP, DBP, DNOP(Di-n-octyl Phthalate), DINP, DIDP 함유량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DEHP를 200개 이상 되는 우선평가 화학물질에 포함하고 있다.
DEHP는 개정 화심법(화학물질심사법) 아래 2011년 우선평가 화학물질로 지정된 이후 리스크 평가가 거의 진전되지 않았고 또 적절하게 관리됨에 따라 일반 화학물질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1년 3월 개정 화심법을 위해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환경성이 공개한 2020년 리스크 평과 결과에서는 다음 단계인 리스크 평가 2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중국 연구자가 발표한 DEHP 등 프탈레이트 에스테르의 에스트로겐 활성과 관련된 논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DEHP는 실험용 래트나 마우스 등 설치류에 고유의 생식독성을 나타내지만 마모셋이나 사람 등 영장류에게는 생식독성을 발현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가소제공업협회는 DEHP가 인간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평가할 때 종별로 달라지는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스크 평가 2에서 적절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실험을 실시하고 정부, 대학 등 관계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 2021년 생산량 21만톤 상회
가소제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되찾고 있다.
일본 가소제공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생산량은 18만388톤으로 전년대비 14.6%, 출하량은 18만1446톤으로 9.7% 감소하며 일제히 20만톤대가 무너졌다.
그러나 2021년 1-11월에는 생산량이 19만2328톤으로 18.7%, 출하량은 19만2139톤으로 16.5% 증가해 1-12월 기준으로는 모두 21만톤을 넘
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가소제는 PVC(Polyvinyl Chloride) 등 수지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가하며 산과 알코올 등으로 합성된 에스테르 화합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DEHP, DINP, DBP, DIDP 등 프탈레이트계가 전체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아디핀산(Adipic Acid), 인산계, 에폭시(Epoxy)계 등이 있다.
일본은 주택 착공건수, 자동차 생산대수 감소와 수입량 확대 등으로 최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내수가 정점 대비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수년 동안 25만톤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주택 관련 수요가 격감하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출하량은 자동차용 하부 코트 실링이 1만2195톤으로 16.4%, 바닥재용 소재가 3만1903톤으로 7.5%, 기타가 1만1519톤으로 5.5% 감소했다.
일반 필름‧시트는 2만9703톤으로 2.9% 줄었고 컴파운드(전선용)는 1만8454톤으로 18.9%, 벽지는 2만1293톤으로 8.4%, 전선피복용은 1만4972톤으로 19.0%, 농업용 필름은 5377톤으로 22.2%, 신발 역시 678톤으로 13.5% 급감했다.
반면, 페인트‧안료‧접착제는 1만1715톤으로 4.4%, 호스‧개스킷은 4899톤으로 0.7%, 레이저 역시 2773톤으로 24.2% 증가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수입량은 2020년 3만5919톤으로 2.9% 감소했고 2021년 1-10월에는 1만4869톤으로 53.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원산업, 가소제 원료가격 폭등으로 “긴장”
송원산업은 가소제 원료가격을 주시하고 있다.
PVC는 2021년 인디아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산업 생산을 독려하면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파이프(Pipe)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수입을 확대하면서 강세를 나타냈으나 가소제 원료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마진 확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원산업은 수원에서 가소제 4720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PVC 현물가격은 2022년 2월 중순까지 약보합세를 이어가다 2월23일 원료가격 상승으로 CFR China 톤당 1315달러로 폭등한 후 4월 초까지 1375달러로 강세를 계속하고 있고, DOP(Dioctyl Phthalate)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Beijing) 겨울올림픽을 마치고 전력 공급 제한 조치를 해제해 석탄 베이스 다운스트림 DOP, DOTP(Dioctyl Terephthalate) 공장들이 재가동하기 시작해 공급이 늘어나면서 2월18일 CFR China 1745달러를 형성한 후 70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2-EH(Ethylhexanol)는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국제유가 폭등으로 동반상승해 3월4일 CFR China가 1780달러로 60달러 급등했고 CFR SE Asia는 1925달러로 35달러 상승했다. 4월 초에는 1700달러 후반에서 등락했다.
가소제 관계자들은 “겨울철 건설 비수기가 마무리되면서 PVC 첨가제 생산기업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첨가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폭등으로 원료코스트가 강세로 돌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관계자는 “최근 업스트림 가격 급등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어쩔 수 없이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중국의 에너지정책 흐름, 인디아의 건설경기 변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생산효율 하락 등 변수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송원산업 관계자는 “송원산업의 PVC 가소제는 2차 가소제로 경쟁력이 있어 판매가격을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원산업은 가소제 브랜드 SONGCIZER로 DOA(Dioctyl Adipate), TOTM(Trioctyl Trimellitate), 폴리에스터(Polyester)계 P-series 총 9종을 공급하고 있다.
송원산업은 2021년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2021년에 이어 높은 수준의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는 수요기업이 많다”며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