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A(Isopropyl Alcohol)는 반도체 세정용 고순도 그레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IPA는 일반적으로 페인트‧잉크용 용제, 세정제 원료로 활용되고 있으나 고순도 IPA는 반도체 세정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국내 IPA 생산능력은 LG화학 20만5000톤, 이수화학 6만6000톤으로 총 27만1000톤에 달하고 있다.
이수화학, 코로나19 타고 매출‧수익 급증
이수화학은 2020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하면서 손소독제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세정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손소독제 및 세정제용 IPA 수요가 급증하고 판매가격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수화학은 IPA 가동률이 2017년 45% 수준에 그쳤으나 2018-2019년에는 아세톤(Acetone)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IPA 가동률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부터 손소독제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수익 모두 급증했다. IPA를 포함하고 있는 정밀화학제품 사업부는 2021년에도 매출액이 1799억원으로 전년대비 11.8% 증가했다.
이수화학은 금호P&B화학으로부터 아세톤을 공급받아 IPA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세톤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고 있다.
아세톤 가격은 2022년 5월 초 CFR China 톤당 735달러, CFR SE Asia 930달러를 형성했고, IPA는 FOB US Gulf 톤당 1575달러를 나타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각국 방역 정책이 완화됨에 따라 손소독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이수화학의 IPA 영업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동남아‧유럽‧인디아로 수출 다각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세제 생산기업 크로락스(CLOROX)가 최근 IPA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I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들어 손소독제 판매량이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1년 의약외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의용소독제 허가·신고건수가 26건에서 2020년 755건으로 폭증했으나 2021년에는 147건으로 급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20년 이전에는 손소독제 등 의용소독제 수요가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시적인 수요 팽창으로 품목허가·신고건수가 급증한 후 2021년 안정화됐다”고 밝혔다.
이수화학은 2020년 603억원, 2021년 576억원을 투입해 아세톤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며 2021년 아세톤 구매단가는 톤당 평균 97만원으로 전년대비 7.8% 상승했으나 총구매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화학이 공급하는 IPA는 주로 페인트‧잉크 용제와 세정제에 투입되고 있다.
반도체 세정에 필요한 고순도 IPA는 삼성물산과 함께 개발을 진행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불발되면서 최근까지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화학은 손소독제용 수요 감소에 대응해 동남아시아, 인디아, 유럽 지역으로 마케팅을 다각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인디아는 손소독제 수요가 견고하고, 유럽은 최근 프로필렌(Propylene)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2021년 말부터 IPA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22년 1월부터 회복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에서 아세톤과 IPA 가동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주로 천연가스 베이스 프로필렌 공법으로 IPA를 생산하고 있어 제조코스트 자체가 폭등했다”며 “이수화학은 유럽에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 반도체용 고순도 그레이드도 공급
LG화학은 IPA 생산능력이 20만5000톤으로 용제‧소독제용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세정제용으로 투입할 수 있는 고순도 그레이드를 공급하고 있다 . 
물류대란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전자, 전기자동차(EV) 등 전방산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고순도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용 IPA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석유화학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임에도 IPA는 고부가제품으로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IPA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세정에 투입되는 고순도 그레이드 수요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SK, 도쿠야마와 반도체용 고순도 3만톤 합작투자
고순도 IPA는 LG화학의 독점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이 일본 도쿠야마(Tokuyama)와 50대50 합작으로 울산에 프로필렌 베이스 고순도 IPA 3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프로필렌은 SK지오센트릭이 공급하고 2023년 완공 및 시험 가동한 후 2024년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고순도 IPA는 강한 증발성을 가진 용제로 전자‧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웨이퍼 세척 용도로 주로 사용되며 디스플레이 제조용 세정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등 최첨단 기술 발전과 함께 반도체 용도에서만 연평균 약 8% 수준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로 2025년 이후 고순도 IPA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IPA 생산능력은 LG화학이 프로필렌 베이스 4만5000톤, 아세톤 베이스 10만5000톤으로 총 15만톤 체제를 갖추고 있고 이수화학은 아세톤 베이스로만 6만톤을 가동하고 있다.
고순도 IPA는 반도체 프로세스 중 세정공정에 사용되며 아시아 시장이 2020년 기준 약 15만톤, 국내시장은 아시아 최대이자 절반에 가까운 7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우화인켐, LG화학 2사가 생산하고 있으나 동우화인켐은 LG화학의 공업용 IPA를 고순도화하는 선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LG화학이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SK지오센트릭-도쿠야마가 상업생산에 나서면 LG화학 독점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쿠야마는 아시아 최대의 고순도 IPA 생산기업으로 그동안 일본, 타이완,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으나 앞으로는 한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5년 후 아시아 지역의 고순도 IPA 수요가 25만톤으로 10만톤 늘어나고, 특히 한국의 수요 증가량이 5만톤에 달하는 등 아시아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쿠야마, 2025년 아시아 시장 40% 장악
도쿠야마는 한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해 현재 30% 수준인 아시아 고순도 IPA 시장점유율을 2025년 40%로 확대하고 한국 시장점유율도 20%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순도인 만큼 품질 인증을 받기 어려우나 그동안 아시아 각국에서 불순물을 억제하는 독자적인 직접수화공법을 통해 지명도를 올려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LG화학 독점체제가 장기간 이어지며 수요기업들이 공급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어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쿠야마는 전자소재 사업 매출을 1000억엔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5개년 경영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순도 IPA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고순도 IPA 사업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타이완을 포함한 3개 생산체제를 통해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도쿠야마 공장은 일본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소분‧충진 공정을 보유한 싱가폴, 중국공장을 통한 현지 공급을 지원하는 등 핵심공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2022-2023년 사이 FPC(Formosa Plastics)와 합작 투자한 일관생산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타이완 시장점유율을 50%에서 더욱 확대할 계획이고, 미국이나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고순도 IPA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300밀리미터 웨이퍼 대응 반도체 제조나 프로세스 미세화 정도가 발전도상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쿠야마는 타이완 현지법인 Taiwan Tokuyama를 통해서도 고순도 IPA 소분 및 충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제조공정 중 세정 분야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aiwan Tokuyama는 야마구치현의 도쿠야마 공장에서 생산한 고순도 IPA를 공급받아 신주(Hsinchu) 등 타이완 공장 2곳에서 소분 및 충진한 후 반도체 세정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도쿠야마는 타이완에서 고순도 IPA 시장점유율 50% 이상 확보를 목표로 수요기업과의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22년 1월부터는 원액부터 일관생산함으로써 수요 증가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