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화학기업들이 천연가스 수급타이트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TTF(Title Trandfer Facility) 선물가격은 2021년 가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3월7일 MWh당 335유로까지 폭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비성수기에 들어가고 겨울철에 대비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위기가 장기화되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석탄, 원유에 이어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수출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여름, 겨울철 성수기에 LNG(액화천연가스) 소비지역인 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쟁탈전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수급타이트로 공급선 쟁탈전
천연가스는 2020-2021년 겨울 강추위의 영향으로 수급이 타이트했다.
특히, 유럽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평년 기온을 밑돌면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해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 상황이 좋지 않아 풍력발전 대체를 위한 화력용 수요가 늘어나고 가을 이후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공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에는 LNG도 수급이 타이트해져 한국, 중국이 비성수기인 봄, 가을부터 빠르게 구매를 시작함으로 거래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남미도 물 부족으로 가동하지 않던 수력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대체해 수요가 증가했다.
결국, 유럽은 LNG 유입량이 크게 줄어들어 가을부터 천연가스 거래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현물가격은 일반적으로 아시아가 유럽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나 최근에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며, 선물가격은 2021년 12월21일 MW당 184유로로 원유 기준 6배 가까이 폭등했다.
2022년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수급타이트가 더욱 심화됐고 3월 200유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제로화 영향 장기화 불가피
서유럽은 러시아 제재를 강화했으며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제로화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국가로부터 천연가스 조달을 확대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바이오가스, 수소 이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90%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나 천연가스는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은 LNG를 포함한 천연가스 공급능력이 약 590억입방미터, 수요가 약 500억입방미터로 성수기에 공급능력 한계까지 LNG를 생산하지 않으면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약 성수기에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까지 제한되면 LNG 공급설비를 1년간 풀가동해도 2000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 감소분을 LNG로 대체하지 못하면 수요가 침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비료 관련 분야에서는 연료‧원료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비중이 약 50%에 달하는 가운데 재가스화 설비 등 LNG 인프라가 없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바스프(BASF)는 천연가스 수요의 절반을 조달하지 못하면 본사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1/2022년 겨울에는 예상만큼 추위가 심하지 않고 가을에 재고를 비축한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가격이 높은 유럽에 LNG가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2022년 여름철에는 비성수기가 시작되고 유럽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으나 현물가격은 원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로 실제 원유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여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수출량이 많은 미국, 카타르산 LNG를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쟁탈전을 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LNG 소비량이 세계 2위인 일본은 장기계약 비율이 높아 다른 국가에 비해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적은 편이나 유럽과 쟁탈전이 발생하면 조달비용이 상승해 화학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코스트를 압박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구매력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천연가스 수급난이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겨울철 추위에 트러블‧사고도 영향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는 2021년 가을부터 수급타이트가 심화돼 12월 MWh당 184유로로 급등했고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월 사상 최고치인 227유로에 달했다.
이후 비수기에 돌입하며 하락했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선이던 노르드스트림1 파이프라인이 정기보수에 돌입하면서 8월 말 343유로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후 10월 150유로로 폭락했으나 1년 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특히, 앞으로 겨울철 난방용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아시아 수요가 급증한다면 유럽, 아시아의 LNG 쟁탈전이 심화돼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만, 유럽은 봄‧가을 비수기 때부터 조달을 적극화함으로써 지하 저장설비 재고 충진률이 이미 91%에 달하고 있어 쟁탈전이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용 수요가 전년대비 10%, 평년대비로도 8% 수준은 낮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수급타이트가 크게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낮아진다면 유럽 재고가 5000억입방피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9-11월 라니냐 현상 발생 확률이 91%로 2021년에 비해 높아 2022년 겨울이 예년보다 추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으며 한국, 일본 기상청도 평년대비 추운 겨울을 예보하고 있다. 
여기에 9월 덴마크에서 발생한 노르드스트림 파이프라인 가스 누출 사고는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노르웨이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나 LNG선 등 가스 인프라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공급 급감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유지보수 일정 연기나 인력 부족으로 설비 고장 및 사고 발생 비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6월 화재 사고를 겪은 미국 프리포트(Freeport) LNG 파이프라인은 11월 이후 재가동하고 말레이지아 페트로나스(Petronas)의 LNG 파이프라인 역시 가을철에 가스 누출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물류도 메이저들이 탱커선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장악하고 있어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낮아졌을 때 신속한 대응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와 LNG 가격 억제 정책에 주력하고 있으나 수요 감소를 회피하기 위해 계획정전에 나선다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포스코 중심으로 LNG 확보 총력전
국내기업들은 가격이 치솟고 있는 LNG를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2년 5월 미국 에너지기업 셰니어(Cheniere)와 2026년부터 20년간 매년 40만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맺은 LNG 공급계약 중 최장·최대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부터 포스코그룹 전체의 LNG 공급을 맡고 있으며, 장기계약 체결을 단행한 것은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을 위한 물량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에서 에너지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해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했으며, LNG 거래량을 2021년 기준 131만톤에서 2030년 1200만톤으로 9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가 수출 감축을 검토하면서 상승압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 LNG 발전기업 중 SK E&S가 2022년 들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싱가폴의 LNG 무역상 트라피구라(Trafigura)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가격·기간 등 계약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LNG 시장은 한국가스공사가 40년간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수입·공급을 독점했으나 2005년 포스코를 시작으로 자체 소비용으로 LNG를 직접 수입이 늘어나면서 직수입물량이 전체 LNG 수입량의 20%로 확대됐다.
유럽‧미국, 에너지 폭등 타격 확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럽‧미국 화학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헌츠만(Huntsman)은 2022년 3분기 계속사업의 조정 후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3억1000만-3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코스트 부담이 꾸준히 확대됨에 따라 2억6000만-2억8000만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수요 감소, 중국의 도시 봉쇄 등도 하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코스트 감축 및 최적화를 위해 미국, 아시아에서 생산한 화학제품 등을 유럽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조노벨(AkzoNobel)은 튀르키예(터키)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3분기 조정 후 영업이익이 2021년 2억4100만유로를 크게 하회하는 1억9500만-2억1500만유로에 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에서 거시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돼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됐고 수요기업 및 유통기업들이 재고 소진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PPG는 유럽, 중국 수요 부진을 이유로 3분기 조정 후 주당 이익이 7월 예상치 1.75-2달러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는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에 2022년 EBITDA 전망치를 20억-25억유로에서 17억-22억유로로 하향 조정했다.
케무어스(Chemours)는 주력 사업인 이산화티타늄(TiO2: Titanium Dioxide) 수요가 유럽‧중국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코스트는 증가함에 따라 조정 후 EBITDA가 14억-14억5000만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에 약 9% 증가를 기대했으나 하반기 부진이 심화돼 7%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알버말(Albemarle)은 리튬, 브롬화합물 사업이 호조를 나타내며 2022년 매출과 조정 후 EBITDA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출 전망치를 58억-62억달러에서 71억-75억달러로, 조정 후 EBITDA는 22억-25억달러에서 32억-35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헨켈(Henkel) 역시 접착제, 실링재 등을 생산하는 접착기술 사업부문이 호조를 계속함에 따라 매출액 증가율을 4.5-6.5%에서 5.5-7.5%로 상향 조정했다.
알버말은 천연가스나 원료가격 급등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헨켈은 원료와 물류, 에너지 코스트 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포괄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