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방침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국은 1월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진행된 비공개 협상을 통해 미국이 발효한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국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실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으로, 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 점유율 상위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 ASML(Advanced Semi conductor Materials Lithography)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와 일본 니콘(Nikon)‧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의 중국수출에도 제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다는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후 5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기업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의 동참을 촉구해왔다.
합의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제적 손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21년 반도체 제조장비 해외 매출액 2조9705억엔(약 28조2000억원) 가운데 중국 매출액이 전체의 33%에 달하는 9924억엔(약 9조4000억원)을 차지했으며, 도쿄일렉트론은 2021년 4월-2022년 3월 매출액의 26%가 중국 수출에서 발생했다. ASML 역시 2022년 전체 매출의 약 15%가 중국 수출에서 나왔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기업들도 공장 가동에 제한이 생겨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발표 이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에 대해 1년 동안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유예 조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은 없었으나 앞으로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Xian)과 쑤저우(Suzhou)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Wuxi) D램 공장과 충칭(Chongqing) 패키징 공장, 다롄(Dalian)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 만큼 중국은 1조위안(약 183조원) 지원법을 준비하며 반도체 독립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승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