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플래스틱은 국내 화학기업의 시장 진출 및 관련 소재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플래스틱 생산량은 2023년 4억6000만톤에서 2060년 12억3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195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63억톤 이상의 플래스틱 폐기물 가운데 1억4000만톤 이상이 수중 환경에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미세 플래스틱 오염까지 심각해져 해양 생태계와 인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를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양 플랑크톤 활동을 저해해 지구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은 플래스틱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일부 주에서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를 2023년 15%에서 2030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북미 수출에 주력하는 수요기업의 요청으로 친환경 가소제를 개발하는 등 화학기업들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LG화학, 연료 사업에 미국 진출까지 “총공세”
LG화학(대표 신학철)은 페플래스틱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초임계 열분해유 2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최근 완공시점을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기며 열분해유 원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안산시와 폐비닐 재활용 활성화 및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안산시에서 발생한 폐비닐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산시는 생활폐기물 중 폐비닐 발생량이 연간 약 1만5000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폐비닐 폐기물의 일부를 LG화학에게 공급하고, LG화학은 당진 열분해유 공장에 원료로 투입할 예정이다.
LG화학은 플래스틱 폐기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고려아연과도 미국 폐플래스틱 자원순환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려아연은 2022년 페달포인트홀딩스(Pedalpoint Holdings)를 통해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를 인수하고 현지에서 생산된 중간재를 활용해 친환경 동을 생산하고 있으며 폐자동차, 폐배터리, 폐태양광 등 매립 폐자원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LG화학의 폐플래스틱 재활용 품질 고도화 기술과 고려아연의 전자폐기물 처리 기술을 활용해 미국 리사이클링 시장 네트워크 및 정책을 공유하고 폐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화영 LG화학 지속가능성 사업부장은 “고려아연과 협력해 미국의 리사이클 규제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독보적 리사이클 원료 확보 및 중간재 추출기술과 세계 최고수준의 LG화학 폐플래스틱 재활용 기술을 결합하면 진정한 자원순환체계 확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애경, 폐PET로 친환경 가소제 생산
LG화학과 애경케미칼은 폐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활용해 친환경 가소제를 생산하고 있다.
가소제는 PVC(Polyvinyl Chloride)의 유연성과 탄성을 향상하는 필수적인 첨가제로 주로 바닥재, 자동차 시트 등을 만들 때 사용하며 LG화학이 새로 개발한 친환경 가소제는 생산 과정에서 PET병 폐기물을 활용해 기존제품 대비 탄소 발생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케미칼은 2023년 국내 최초로 폐PET를 재활용한 친환경 가소제 개발에 성공해 바닥재 생산기업 녹수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해외 50여개국 수출제품에 채용돼 매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다소 침체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친환경 인증 획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 추가 확보를 통해 국내에서는 북미·유럽용 친환경 가소제를, 중국·베트남에서는 범용 및 기능성 가소제를 생산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023년 12월부터 친환경 가소제를 본격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친환경 시장 선도를 위해 미국의 글로벌 재생표준인증 GRS(Global Recycled Standard)를 획득했다.
GRS는 재생 원료를 20% 이상 포함한 친환경제품 인증으로 북미 주요 바닥재 및 섬유 생산기업들이 GRS 표준을 보유하고 있다.
한동엽 LG화학 PVC·가소제 상무는 “새로 출시한 친환경 가소제를 포함해 재활용 PVC 등 친환경제품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선도적인 ESG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경케미칼은 베트남의 플래스틱 가소제 생산‧판매법인 VPCHEM를 통해 베트남 가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베트남 시장은 산업 고도화와 소득수준 개선으로 특수 가소제 적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연평균 3.7%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가소제 생산능력을 국내 40만톤, 중국 15만톤 등 55만톤에서 12월 VPCHEM의 지분 50% 인수를 통해 66만톤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에 스타트업까지 경쟁 “가세”
국내 폐플래스틱 재활용 시장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폐플래스틱 처리 및 재생 원료 스타트업 테라클은 2024년 3월 시리즈 A 10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시리즈 A 투자는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주도 아래 한국산업은행, 현대자동차의 제로원펀드,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클은 플래스틱과 의류 폐기물 등을 CR(Chemical Recycle)해 TPA(Terephtalic Acid)와 EG(Ethylene Glycol) 등 재생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TPA는 플래스틱 패키지 뿐만 아니라 섬유, 필름,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자동차, 전자제품 등 산업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하는 기초 화학소재이며, 테라클은 국내 최초로 고순도 재생 TPA(CR-TPA) 상업화에 성공하고 현대자동차 AVP 본부 기초소재연구센터와 자동차 폐부품의 CR 실증연구를 통해 우수한 기술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테라클이 재생 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은 고온·고압이 필요한 기존 재활용 기술과 달리 해중합 온도 섭씨 60도 미만의 대기압 상태에서 진행해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는 정부 녹색기술 인증의 재활용 전환율 기준을 상회하는 97% 수준의 전환 결과를 나타내며 국내 최초로 화학 분해에 의한 단량체 생산 기술을 통해 녹색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테라클이 산업계가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채택할 만한 분명한 가치를 제시한다고 평가했으며, 현대자동차는 테라클이 보유한 해중합 기술이 폐자동차에서 발생하는 폐부품의 자원순환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라클은 시리즈 A를 통해 유치한 투자금으로 해중합 설비 4000톤을 건설하고 폐플래스틱, 폐의류, 폐자동차 부품, 해양 폐기물 등 MR(Mechanical Recycle)이 어려운 소재에 대한 자원순환을 가속화하며 해양환경공단, 한국예선업협동조합 부산지부와 해양 폐기물 수거, 운반, 원료화, 재활용 기술 개발, 제도 개선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에코인에너지는 쓰리알과 열분해 활성화를 목표로 폐플래스틱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코인에너지는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를 다시 플래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선순환 체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친환경 소셜 벤처기업으로 국내 최초로 소형화 이동형 폐플래스틱 열분해 유화 장치를 자체 개발했으며 시험장비 전문기업인 쓰리알이 제공하는 공장 및 제반 설비를 활용해 개발한 열분해 장비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양사는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연구개발 및 고도화 관련 투자, 인적·물적 자원의 지원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연구진, 미생물 활용 분해기술 개발 박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미생물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플래스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2023년 11월30일 미생물을 활용해 플래스틱을 생산하고 폐플래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최신 기술을 총망라한 논문을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플래스틱 생산 및 처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 가운데 자연적으로 특정 화합물을 생산하거나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생명공학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사공학 및 효소 공학 등을 활용해 미생물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화석원료 대신 재생가능한 바이오매스 자원으로 플래스틱을 생산·분해하는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KAIST는 플래스틱을 미생물과 미생물이 가진 효소를 이용해 분해하는 기술과 분해 후 다른 유용화합물로 전환하는 업사이클링 기술을 소개해 미생물 활용 기술의 경쟁력 및 잠재력을 조명했다.
지상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기술 연구소 박사는 미생물과 폐플래스틱에 적용할 수 있는 플라즈마 전처리 기술을 개발해 미생물의 플래스틱 분해 효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미생물을 활용한 폐플래스틱 분해는 분해 후 유독성 잔류물이 남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분해 효율이 낮아 대량의 폐플래스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던 상황이었으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미생물에 직접 플라즈마를 처리하는 방식과 폐플래스틱에 플라즈마 처리를 한 다음 미생물을 접종하는 2가지 접근 방식에서 모두 분해 효율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미생물에 직접 플라즈마 처리를 하면 미생물 개체수가 약 5배 증가하고 활력·생존력이 증진됐으며 폐플래스틱 분해를 가속화하는 산화 작용이 플라즈마 처리를 하지 않은 미생물과 비교해 약 8배 이상 활발하게 일어났다. 또 강한 산화 반응의 증거인 카보닐 결합도 관측됐다.
연구팀은 플라즈마 처리를 하지 않은 시료는 무게가 약 50% 감소했지만 플라즈마 처리를 한 시료는 약 80% 감소해 미생물에 직접 플라즈마 처리를 하는 방식에서 더 효율적인 분해가 일어나는 사실을 확인했다.
EU, 폐플래스틱 무역 제한한다!
유럽연합(EU)은 폐플래스틱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폐기물 출하 제도에 관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합의안에는 EU에서 발생한 폐플래스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가입국에 수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OECD 가입국에 대해서도 적절한 처리에 대한 확인을 요구할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11월 폐기물 역내 순환 추진을 위한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심의와 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EU 가입국은 개정 규칙 발효 2년 6개월 안에 OECD 비가입국에 대한 폐플래스틱 수출을 금지해야 하며 EU로부터 폐플래스틱을 수입하려는 OECD 비가입국은 EU가 적절한 처리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때에 한해 EU 가입국으로부터 폐플래스틱을 수입할 수 있고 개정 규칙 발효 이후 5년 후부터 수출을 개시할 수 있다.
OECD 가입국으로 폐플래스틱을 수출할 때는 상대국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가 부과되며 유럽위원회는 OECD 가입국에 대한 폐플래스틱 수출이 환경 및 인간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EU의 폐플래스틱 수출량은 2022년 약 110만톤으로 OECD 비가입국에 대한 수출이 약 50%를 차지했다. 최대 수입국은 OECD 가입국인 튀르키예(터키)로 34만2314톤이고 한국은 1만1983톤을 수입했다.
한국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폐플래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나 글로벌 규제 강화로 재활용 플래스틱 시장이 2050년 6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사업 확대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