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투자와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미국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면서 각종 특혜를 제시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칩스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도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투자액이 104조원을 넘는다고 하니 걱정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250억달러(약 33조6000억원)를 투자해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한 미국 텍사스의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은 2024년 하반기에 1공장 가동을 목표로 잡았으나 공사비 증가에 보조금 지급 문제가 겹치면서 완공을 2026년 이후로 늦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에 따라 최대 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4월 발표했지만 실제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중심인 국내 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반도체는 후공정과 AI용 메모리 개발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투자가 차질을 빚고 중국 공장은 첨단기술 투자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반도체 기술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반도체 봉지재(EMC) 등으로 감싸 외부의 기계적·화학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공정으로, 첨단 패키지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복수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에 담아 효율적으로 연동시킴으로써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반도체 미세화만으로는 저 코스트로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어려워 해결 방안으로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KPMG에 따르면, 반도체는 와이어 본딩이라는 레거시 기술에서 출발해 반도체 패키징의 소형화, 다단자화, 저코스트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칩과 기판을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하는 플립칩 방식의 FC-BGA가 데이터센터 정보처리 기기용 패키징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와이어 본딩은 반도체 전공정 후 웨이퍼에 부착된 500-1200개의 칩을 다이싱 공정으로 처리한 후 칩과 기판을 전자가 흐르도록 상호 연결하는 기법이다.
특히, AI가 본격적으로 보급기를 맞이하며 데이터센터의 정보 처리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개발이 가속화되는 2.5D 패키지는 전기 특성과 기계·물리적 특성의 최적화라는 기술 과제 해결이 필요하고, 모두 설계·생산능력 양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태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2.5D 패키지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수평으로 연결해 단일 패키지에 통합하는 기술이며, 성능 향상을 위해 반도체를 수직 집적하는 3D 패키징 기술은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데이터센터 서버, 모바일기기 외에도 양자 기술, 자동차 CASE(연결․자율주행․공유․전기화), 5G 분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심층학습과 AI가 보급되며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통한 고속 연산처리 서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