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화학기업들이 전기자동차(EV) 보급 둔화를 틈타 배터리 소재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양극재 메이저 유미코어(Umicore)는 투자 계획 재평가에 착수해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캐나다에서 진행하던 신규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이언스코(Syensqo)는 미국 PVDF(Polyvinylidene Fluoride) 공장 건설을 최대 2년 연기할 예정이고, 알버말(Albemarle)은 오스트레일리아 수산화리튬 공장 확장 공사를 중단했다. 바스프(BASF)는 스페인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나 전기자동차 보급이 회복되기 전까지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미코어는 기존 계약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종료되고 유럽에서 신규 계약 체결이 늦어진 영향으로 양극재 판매량이 급감해 세계 각국에서 진행했던 확장 투자를 재정비하기로 결정했고, 캐나다 온타리오 양극재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주요 재정비 대상으로 주목된다.
최첨단 하이니켈 기술을 채용하고 12억7000만유로를 투입해 양극재 생산능력 35kWh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25년 시험가동, 2026년 양산 개시 예정이었다.
또 2026년까지 유럽에서 폐배터리 처리능력 15만톤의 리사이클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건설 개시 시점을 2032년까지 미루었다.
사이언스코는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Augusta)에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그레이드 PVDF 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억7800만달러를 지원받고 배터리 500만개 이상에 PVDF를 공급할 수 있는 북미 최대 공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 수요 동향과 미국 에너지부 지원금 조건에 맞추어 최대 2년간 투자를 미루기로 했다.
알버말은 오스트레일리아 케머튼(Kemerton)에서 양극재 원료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으나 2024년 7월 말 No.1 라인만 가동하고 No.2 라인은 유지보수를 위한 가동중단, No.3 라인은 건설공사 중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2개 생산라인을 통해 5만톤 체제를 유지했고 앞으로 라인 2개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1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리튬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리튬은 2023년 상반기 kg당 평균 25달러(탄산리튬 환산)였으나 4분기 20달러로 하락했고 2024년 상반기 12-15달러까지 급락해 연말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극재를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점찍었던 바스프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대폭 꺾였다고 판단하고 장기공급 계약이 확보된 지역에서만 신규 생산능력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한 니켈‧코발트 제련소 건설도 연기했으며, 스페인 타라고나(Tarragona) 배터리 리사이클 프로젝트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일시 중단할 방침이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