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구조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너지 코스트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물론이고 범용 비중이 낮은 일본도 3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코스트가 폭등해 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M&A를 통해 구조를 재편하고 있고, 일본은 스페셜티 화학 부문이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나 기초화학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극심해 이합집산을 다시 시작했다.
한국은 중동에 이어 미국이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투자를 본격화하고 중국이 국영 석유․화학기업을 중심으로 자급화에 몰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팀 크래커에 합성수지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은 영원히 에틸렌, 프로필렌을 자급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이 생산능력을 확대해도 별 탈이 없다는 꼬임에 빠진 결과로 파악된다. 더군다나 국내 정유기업들이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대응해 석유화학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 코스트가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우나, 정유기업들은 나프타를 자체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과 같이 석유․화학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나프타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에탄 크래커 전환을 적극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바스프(BASF)를 모델로 화학사업을 다각화한 LG화학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을 곳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G화학이 모델로 삼은 바스프도 에너지 코스트 폭등과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쟁력을 상실함은 물론 적자가 커져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롯데케미칼도 범용 위주여서 고전이 불가피하나 첨단소재․정밀화학 사업을 일정수준 유지하고 있고 자금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위기를 헤쳐 나갈 가능성이 존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기업으로서 스페셜티 화학 사업을 개척하고 있고 반도체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거나 전동자동차, 반도체․전자용 첨단소재를 생산함으로써 중국․미국․중동 공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축으로 하는 환경문제 대응능력,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및 연구․개발능력, 생산․안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도 생존에 있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 자명하다.
일본 종합화학 메이저들은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 스팀 크래커 통폐합을 적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반도체, 전자․통신용 소재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중동, 동남아 사업도 재구축하고 있다.
반면, 정밀화학이 중심인 덴카(Denka)는 고정비 증가, 사업환경 변화, 코스트 증가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를 재검토함은 물론 전사적으로 코스트 저감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코스트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개혁을 위해 사업 매각·철수를 확대하고 △스페셜티 △메가 트렌드 △지속가능성 요소에 하나만 충족하면서 적자인 6개 사업은 퇴출시키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말로만 통폐합을 외치면서 정부에 손을 내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