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끝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하나의 선로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에 비유할 정도이다. 한쪽이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모두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꼴이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상호관세 145% 또는 154%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중국도 미국산 수입제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한 가운데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고 AI 관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등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나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희토류(희귀 광물) 수출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중국산에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수입제품 소매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소비재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이어 자동차까지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대부분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입하고 있으며, 테슬라도 중국이 전기자동차 생산기지이다.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중국에는 100%대 중반의 관세를 그냥 부과토록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으나 상호관세를 통한 압박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금지도 통하지 않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으나 아무도 성공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4월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에 180일 후인 10월14일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의 해운 지배력을 악화시키고 미국 공급망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며 미국산 선박 수요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산 자동차 운반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이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정책이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4월15일 중국의 보복적 행동으로 최대 245%의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위협했으나 중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2월 중국산 수입제품에 10% 보편관세를 추가한 것을 시작으로 3월 10%를 추가한 후 상호관세 125%를 더 부과함으로써 중국이 손을 들고 항복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너무 안이했고 표적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와 중국이 보복으로 미국산에 부과한 125% 관세율이 더 이상 확대되기는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이미 너무 나갔고 더 이상 확전을 이끌 요인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항복을 받아낼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희토류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배터리 생산‧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는 있으나 장기적 대응일 뿐 트럼프가 손을 들 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와의 우호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최종적으로는 타이완을 침범해 승부를 볼 가능성이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산업계는 물론 화학산업도 미국-중국 무역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무력을 통해 승부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기에는 비상상황이고 까닭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하고 세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