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부문 주도로 부품 현지조달 … 반도체·전기자동차 영역으로 확대
글로벌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인디아가 공급망 현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인디아 자동차 시장은 현지 브랜드가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인디아 법인(Hyundai Motor India) 역시 시장점유율을 2위(14%)까지 확대해 1위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를 추격하는 등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은 스즈키(Suzuki)를 앞세워 오랫동안 인디아 자동차 시장을 선도했고, 특히 합작법인 마루티 스즈키는 인디아 내수시장 점유율이 한때 51%에 달했다.
하지만 마루티 스즈키는 2020년대 들어 점유율이 40%대로 하락했으며 현재 50% 탈환을 목표로 코스트다운과 현지 니즈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부품 현지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스즈키가 2030년까지 인디아 생산대수를 400만대로 70%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티어1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현지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현지조달을 통한 수입 감축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루티 스즈키의 티어1 조달 부품 중 현지 조달률은 거래액 기준 95%에 달하고 있다. 다만, 티어1들이 사용하는 수입 부품을 고려하면 현지 조달률이 약 80%로 낮아진다.
티어1들은 수도 델리(Delhi)와 가까운 구르가온(Gurgaon)과 마네사르(Manesar), 서부 구자라트(Gujarat) 소재 공장들과 인접한 곳에 대형 부품 생산단지인 서플라이어 파크(Supplier Park)를 형성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는 주로 연구개발 부문에서 수입 부품 대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커넥터, 베어링 등 세세한 부품에서 현지화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는 티어1에 대해서도 현지화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모델체인지 시점을 기회로 최대한 많은 부품을 생산 초기부터 현지 조달이 가능하도록 개발 단계부터 현지 부품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개발 현지화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인디아에서도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니즈 대응과 신속한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개발속도 향상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까지 함께 기대하고 티어1에게도 자동차 적합성 평가와 각종 테스트 작업, 현지 니즈 대응 등 개발 활동을 인디아에서 수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디아에서 에어백과 내외장 부품을 생산하는 도요다고세이(Toyoda Gosei)는 2023년 11월 Toyoda Gosei Technical Center India를 이전·확장하고 실제 시험장치를 도입하는 등 평가 설비를 정비했다.
Toyoda Gosei Uno Minda India 역시 직원을 2028년 말까지 현재의 2배인 66명으로 증원하는 등 R&D 강화를 결정했다.
다만, 인디아 현지 개발은 유럽과 미국이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 보쉬(Bosch)는 벵갈루루(Bengaluru) R&D센터에 이어 2022년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소프트웨어 기술센터를 개설했으며, 독일 콘티넨탈(Continental)도 벵갈루루에서 R&D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부품·소재 현지생산 니즈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EV) 영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밸류체인 전체에서 반도체, 배터리 셀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부품도 현지생산이 요구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기대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 현대자동차 인디아 법인 등 메이저는 이미 대부분 현지 조달을 달성했으나 중요 부품 일부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1대당 수십개 탑재되는 마이크로 모터가 대표적이며, 전기자동차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관련 소재도 현지조달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는 현재 인디아에 공장이 없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인쇄회로기판(PCB)을 비롯한 전자부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인디아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급 본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역시 정부 주도로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 셀을 수입해 모듈화하는 방식이 주류이며 셀, 원료, 장비는 모두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타타(Tata) 그룹 산하 아그라타스(Agratas)는 2026년 구자라트에서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상사를 중심으로 양극재, 양극활물질, 음극재, 동박 등 배터리 소재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모리타(Morita Chemical)는 전해질용 육불화인산리튬(LiPF6) 생산기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인디아가 배터리 국산화에 성공해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제품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으나 미국-중국 무역 마찰이 심화되는 가운데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