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여전히 꿈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제품의 수익성이 약간 개선되는 듯한 양상으로 전환되자 곧바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할 필요성이 없다는 듯 머지않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전망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이 모두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 이상의 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동북아 3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1352만톤 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270만-370만톤 감축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 역시 200만톤 가까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800만-900만톤 이상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3국이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일시에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것은 아니어서 2027년까지 생산능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언제까지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할지 불투명하고, 일본도 단지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2-3년 이내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특히, 중국은 정부가 생산능력이 작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스팀 크래커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소형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일시에 폐쇄하는 일은 없고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과는 사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최근 에틸렌의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2026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잘못하면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돼 정부나 정치권의 보복을 부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석유화학기업들이 특혜를 요구하면서도 진정한 구조조정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개별기업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면 3가지 혜택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바 있고, 공정거래법 예외 적용을 통한 카르텔이나 전기요금 감면 요구에 대해서는 들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2024년부터 적자가 쌓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자 구조조정에 따른 세금 감면과 공정거래법 예외 적용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산능력을 감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한 바 없다.
최근에도 정부 압박에 못이겨 구조조정하는 척 시늉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중국 경기가 살아나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수익성이 개선되기를 기다릴 뿐 전정한 의미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동북아 3국의 구조조정으로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해소될 수 있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도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도 사실과 거리가 먼 허위 주장을 믿어서는 아니 되며, 33조원에 달하는 금융 부채를 담보로 구조조정의 끈을 더욱 조일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