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화학주식회사,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전반적으로 냉기가 흐르고 있다. 관련산업 종사자 대다수가 「힘들다」는 한마디 말로 현 시장을 진단한 채 호경기 도래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 관계자들은 물론 증권 분석가들 마저도 96년말까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도출한 지 오래이다. 이처럼 당초 예상과 달리 96년 석유화학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석유화학산업 관계자들 사이에 묵시적이며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명답은 있다. 중국시장 침체 및 해외공장 트러블 미발생인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94년 일본 대지진, 중국수요 급증, 생각치도 못했던 해외 대형공장 폭발 등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남의 불행이 곧 우리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결과였다. 그러나 96년 이러한 충분조건들이 발생치 않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침체로 나뒹굴어졌다. 하지만 드디어 때(?)가 왔다. 7~8월 미국(에틸렌 175만톤, 프로필렌 140만톤)과 멕시코 Pemex공장(에틸렌 176만톤, 프로필렌 72만8000톤)에서 트러블이 발생, 북미물량의 아시아권 유입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또 대만 최대의 석유화학기업인 CPC의 제5NCC(에틸렌 40만톤, 프로필렌 23만톤)가 8월9일 필터오일 누출사고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인해 VCM 72만톤 생산능력의 FCC는 가동률을 40% 줄였고 GPPC는 SM공장 가동중단(23만톤), CMMFC는 EG공장(13만톤) 가동률을 30% 낮췄다. TPP도 27만톤 규모의 PP공장 가동률을 70% 이하로 떨어뜨렸다. 말레이지아 최대 에틸렌 생산기업인 Titan Ethylene도 설비고장으로 57만톤 규모의 NCC 가동을 중단했다. 이처럼 동남아 및 북미, 공장들의 잇따른 트러블로 천군만마를 얻게 된 것은 사실이나, 국내 석유화학 경기는 이를 무색케라도 하듯 여전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약간의 상승미동만 있을 뿐 절대적인 영향으로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석유화학시장은 이미 타의에 의한 호황도래시대가 끝났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들은 합병 등 규모화를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어떠한가? 무분별한 증설만 서두른 채 특화전략 등에는 무관심하다. 아마도 「5년적자라도 1년이면 만회할 수 있다」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다. 그저 한심할 뿐이다. <화학저널 1996/10/7> |
한줄의견
관련뉴스
제목 | 날짜 | 첨부 | 스크랩 |
---|---|---|---|
[백송칼럼] 나프타 과세, 남의 일 아니다! | 2010-12-06 | ||
[화학경영] Wacker, 불황은 남의 이야기 | 2009-06-08 | ||
[백송칼럼] 호남의 중동투자와 실현 가능성 | 2007-09-17 | ||
[화학경영] LG·호남의 현대·KP 인수 타당성 | 2006-03-27 | ||
[백송칼럼] 호남의 흑자와 화섬기업 도산 | 2005-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