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현물가격이 3월 들어서면서 폭등세로 돌변했다.
2월 말부터 일부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 또는 폭등 양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나 3월 들어 대부분 폭등세로 돌변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 후반으로 상승했지만 강세를 지속할지 의문이고, 중국 경제가 예전 같지 않아 석유화학제품 수요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이 2016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6.5-7.0%로 낮춤으로써 중국의 자급률이 급격히 올라가 중국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일본, 타이완 석유화학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나, 둘도 아니고 대부분의 품목에서 폭등현상을 나타낸 것은 무엇 때문일까? 3월부터 스팀 크래커를 중심으로 정기보수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2016년에는 정기보수 플랜트 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어서 극심한 수급타이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시점에서…
Platts는 에틸렌 가격 폭등의 이유로 SM 가격이 폭등한 것을 들었을 정도이다. 폭등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 되지 않는 이유라도 들어 설명하려 했지만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SM은 원단위가 벤젠 0.7에 에틸렌 0.3으로 SM 정기보수가 본격화되면 에틸렌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한데도 어떻게 SM 정기보수를 앞두고 에틸렌 폭등을 유발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이 에틸렌 58만톤 크래커를 폐쇄한 것도 폭등요인으로는 궁색한 면이 없지 않다. 일본 수요가 폐쇄 생산능력과 엇비슷하게 줄어들고 있고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신증설을 통한 자급률 제고를 고려하면 추가 가동중단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을 정도이다.
국제카르텔의 흔적은 폭등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폭등현상 자체에도 잘 나타나 있다. PS는 GPPS, HIPS, EPS 톡같이 톤당 60달러가 올랐고 ABS도 60달러 폭등했다. ABS와 HIPS는 대체관계에 있어 비슷하게 올랐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GPPS, EPS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부타디엔도 마찬가지로 합성고무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 사실이고 스팀 크래커의 정기보수가 본격화되면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은 분명하지만 2015년 12월부터 상승세를 지속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BTX도 마찬가지로 SM이 급등에 폭등현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벤젠, 톨루엔, 자일렌 모두가 폭등할 정도로 수급이 타이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SM 수급타이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벤젠은 수출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중국이 수입을 대폭 줄였고 미국 수출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일본, 타이완의 석유화학 메이저, 일본 무역상, 중국 유통상들이 상호 담합해 공급을 줄이면서 재고를 늘리는 수법으로 공급과잉은 밸런스로, 밸런스는 타이트로, 타이트는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전환시키거나 대량거래가 아닌 장 막판의 소량거래를 통해 가격이 폭등한 양 조작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것도 2010년 이후 연례적으로 카르텔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회의가 열릴 때 관련자들을 일망타진할 기회라고 명시적으로 직시했는데도…
석유화학을 둘러싼 국제카르텔 관계자 뿐만 아니라 카르텔을 묵인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수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