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파장 자체는 기정사실화됐다는 측면에서 크기가 어떠할 것이냐에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국이 국제 금융거래 및 국제 법률서비스를 제외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고 국제유가가 다시 40달러 후반으로 미끄러지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율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화학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국내 화학시장은 핵심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해 가공하는 수준이어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중국의 급성장이 크게 작용했지만 석유화학은 원료를 수입해 유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 수준에서 50-60달러로 반 토막 났을 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엄청난 재고손실을 입은 것처럼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환 리스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돈 풀기에 나서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만약, 환율이 요동칠 때 대응을 잘못하게 되면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정유기업들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외화 부채가 늘어나고 재고평가손실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원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긍정적 영향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환율만을 고려하면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EU 및 영국, 일본의 경기침체, 유로화 및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유럽 및 일본 수출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엔화 강세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엔화 강세가 재현되면 일본 경기가 침체되고 다시 엔화 강세가 심화되며 수출이 부진해지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엔고 저주에 빠지고,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온 아베노믹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은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경기를 살리는 처방을 지속해왔으나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3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국내 산업은 일본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엔화 강세가 원료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석유화학도 아직은 고부가가치제품을 중심으로 일본산 수입이 많고 2차전지, 전자, 자동차 등은 일본산을 수입하지 않으면 생산 차제를 논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엔고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국제유가 급락도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원유 및 나프타의 재고평가손실이 급증할 수 있고, 국제유가의 흐름에 따라서는 원료 재고평가손실에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제기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볼 수도 없다. 환율 및 국제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작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