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넘어가는 듯했으나 역시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2의 대처로 불리는 테리사 메이 수상이 영국을 이끌게 되면서 조용하면서도 당당하게 사태를 수습할 것으로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영국이나 EU 모두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도 당시에는 현물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아닌지 긴장했지만 1-2주 정도에 걸쳐 약간의 하락세를 경험했을 뿐 곧바로 원상회복됨은 물론 브렉시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오히려 강세로 돌아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EU나 영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사실로 다가오고 있고, 석유화학 시장에도 브렉시트의 파장이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대표주자인 에틸렌은 톤당 1000달러대 중반으로 약간 떨어진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고 PE도 1100달러대 중반에서 머뭇거리고 있지만, 기초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는 300달러대 초반으로 밀려났고 SM은 정기보수가 집중되면서 12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000달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SM을 원료로 사용하는 PS와 ABS는 이미 급락과 폭락 대열에 동참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 경제가 침체를 가속화하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은 물론 중국이 주력하는 유럽에 대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유럽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되거나 유럽 수출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중동 및 유럽, 중앙아시아의 과잉물량이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될 징후가 감지되고 있으며 PE, PP 등 폴리올레핀 가격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럽 경제가 추가 위축된다면 석유화학 시장은 큰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초강세를 지속하면서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는 에틸렌 및 PE까지 영향을 받으면 석유화학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에틸렌을 중심으로 SM, PE, PP 등은 중국 경제의 침체로 글로벌 공급과잉이 불가피하고 현물가격이 강세를 나타낼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스팀 크래커를 영구 폐쇄한 영향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동률 조정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영향이 서서히 확대돼 유럽산 잉여물량이 아시아 시장에 유입되고 유럽에 수출하던 중동 및 미국, 중앙아시아 생산물량이 아시아를 향하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전환됨은 물론 현물가격이 연쇄적으로 폭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유럽 및 중앙아시아산 유입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오히려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 우리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재검토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