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의 영향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빠른 시간에 잠잠해지는 양상이다.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유럽연합(EU)이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반대로 영국에서 재투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브렉시트를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고 영국 여왕은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분리독립을 막는데 여념이 없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EU도 영국이 가능하면 빨리 탈퇴를 마무리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외적인 봐주기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벨기에, 노르웨이, 스페인 등의 추가 탈퇴 움직임에 쐐기를 박아두려는 포석으로,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강수가 먹혀들어 당분간은 추가 탈퇴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도 의외로 빨리 수습되는 모양새이다. 브렉시트가 52%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유럽, 일본 증시가 폭락하는 양상을 나타냈으나 몇일이 지나지 않아 대부분 회복되는 모습이고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일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제유가도 폭락하는 양상을 나타냈으나 곧바로 오름세로 전환돼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배럴당 20-30달러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평상을 되찾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석유화학 시세는 브렉시트 우려와는 정반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돼 국제유가가 폭락하면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동반 폭락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브렉시트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일부는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가 기우로 끝나가고 있다.
물론, 중국이 9월 초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8월 중순부터 상하이 인근 석유화학 플랜트 및 화학공장 가동을 강제 중지시키기로 결정해 수급차질 발생이 우려되고 하반기 정기보수까지 시작됨으로써 일부 석유화학제품은 공급부족이 불가피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에틸렌을 비롯해 부타디엔, SM 등은 수급과는 별 상관없이 급등 또는 폭등하는 양상을 나타내 무역상 및 상업공급 메이저들이 또다시 가격조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틸렌과 SM은 아직 정기보수가 본격화되지도 않았고 부타디엔은 천연고무의 약세 장기화에 자동차 타이어 생산 부진으로 약세가 불가피한데도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G20 정상회담이 영향을 미칠 것은 불가피하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동시에 가동을 중단하거나 다운스트림의 가동중단 폭이 더 커 일부를 제외하고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실과는 다른 헛소문을 퍼트려 수급타이트를 유발하거나 스스로 공급을 조절하면서 공급부족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사재기한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속임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브렉시트가 석유화학 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의 복병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브렉시트는 2-7년 후 영국이 EU를 떠날 시점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검토, 그리고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브렉시트는 스쳐지나가는 태풍이 아닐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